1) 시대적 배경
포르투갈은 15,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강국이었다. 그러나 1578년 세바스티앙 1세가 주요 전투에서 패하고 후계자 없이 사망한 후 심각한 왕위 승계권 다툼이 일어나면서 에스파냐 왕국의 부속 왕국으로 전락하였다. 영국의 지원으로 포르투갈 왕국이 독립했지만 리스본 지진이 일어나고, 1823년 가장 큰 식민지인 브라질이 독립하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결국 1900년을 전후해서 반군주주의와 반종교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극단적인 주장과 테러로 주민들을 선동하다가 결국 국왕과 왕세자를 암살하고 혁명을 일으켜 왕정을 종식시키며 1910년 포르투갈 제1공화정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공화국은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왕정 복귀를 염려하여 왕족, 귀족, 가톨릭을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며 존재 자체를 없애려고 시도하였다. 이에 따라 왕족을 추방하고, 귀족의 칭호를 폐지하였으며, 가톨릭교회를 박해하면서 리스본에 사회주의와 무신론을 가르치기 위한 대학까지 세웠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에 대한 첫 번째 조치로 종교 지도자를 추방하고, 교회의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수도회를 해산했다. 또한 1911년부터 1916년까지 적어도 1만 7천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수녀를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살해했으며, 일반 신자들을 위협하기 위하여 참수된 성직자의 머리를 거리에 방치하였다. 이러한 박해는 1917년까지 이어져 모든 교회는 폐쇄되고 파괴되었으며 일부만 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1916년 포르투갈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중되었다. 이렇듯 포르투갈과 가톨릭교회 모두 풍전등화의 위기일 때, 1917년 성모님이 황폐하고 바위투성이인 작은 마을 파티마에서 발현하셨다.
2) 성모님의 발현
- 첫 번째 발현(1917년 5월 13일)
1917년 5월 13일 루치아(10세)와 그녀의 사촌 프란치스코(9세), 히야친다(7세)가 코바 다 이리아로 불리는 목초지에서 양을 돌보면서 점심을 먹은 후 묵주기도를 마치자 번개와 같은 섬광이 내리치며 작은 참나무 위로 여인이 나타났다.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으며 나이는 열여덟 살 정도로 보였고 흰색 옷에 발까지 내려오는 흰색 베일을 두르고 있었다. 여인은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하늘에서 왔단다. 나는 너희가 매월 13일 이 시간에 여기 나와 줄 것을 부탁한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는 나중에 말해 주겠다. 너희는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고통을 참을 수 있겠느냐?”라고 말하였고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여인은 전쟁의 종말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매일 묵주기도를 드리라고 말한 후 하늘로 사라졌다.
- 두 번째 발현(6월 13일)
세 아이는 여인이 성모님이라고 생각하여 여인이 요청한 13일에 코바 다 이리아로 나갔으며 성모님이 발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네 사람 20여 명도 따라나섰다. 성모님이 나타나자 루치아는 “저희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라고 물었고, 성모님은 “다음 달 13일에도 다시 여기로 나오너라. 그리고 날마다 묵주기도를 드리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 사람들이 나를 더 알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신다”라고 답하셨다. 15분간 대화가 이어진 후 성모님은 동쪽 하늘로 사라지셨다.
- 세 번째 발현(7월 13일)
성모님의 발현 소식이 널리 전해지자 7월 13일에는 5천 명 이상의 군중들이 코바 다 이리아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요청으로 루치아가 발현의 증거를 청하자 성모님은 “10월에는 내 이름과 내 희망을 알리겠다. 그리고 누구나 나를 믿도록 큰 기적을 행할 것이다. 너희들은 죄인들을 위하여 희생을 하여라”라고 하신 후 세 아이에게 끔찍한 지옥을 보여 주시며 인류 운명과 직결한 세 가지 비밀을 말씀하시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 네 번째 발현(8월 19일)
성모님의 발현이 알려지자 수천 명의 사람이 파티마로 순례를 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8월 13일이 되자 지방 정부의 행정관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집회라며 순례를 금지시키고 세 아이를 체포하여 감금하였다. 행정관은 끊는 기름 가마 속에 한 명씩 산 채로 집어넣겠으니 사실을 말하라고 협박했으나 세 아이는 죽기를 각오한 침묵으로 성모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때 순례 금지에도 불구하고 코바 다 이리아에는 1만 8천 명의 군중이 모여 있었으나 아이들이 없으니 성모님도 나타나지 않으셨다. 13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행정관은 19일에서야 세 아이를 풀어주었다. 세 아이가 집 근처의 목초지인 발리뉴스에 있었는데 성모님이 나타나 “죄인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희생하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거라. 그리고 다음 달 13일에는 코바 다 이리아로 와야 한다”라고 말씀하시고 동쪽 하늘로 사라지셨다.
- 다섯 번째 발현(9월 13일)
세 아이와 함께 3만 명이 넘는 군중이 코바 다 이리아에 모였다. 성모님은 전쟁의 종결을 위하여 묵주기도를 계속 바칠 것을 요구하시고, 다음 달 13일에는 큰 기적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 여섯 번째 발현(10월 13일)
성모님이 말씀하신 큰 기적을 보기 위하여 코다 바 이리아에 가톨릭 신자들과 일반인, 그리고 기자들까지 포함하여 무려 7만 명이 모였다.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져 땅은 진흙탕이 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비에 젖어 심한 한기를 느끼면서도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정오가 지나자 성모님이 나타나시어 “나는 묵주기도의 성모님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거룩한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며 죄를 통회하고 보속 받기를 권하러 왔다. 나의 영광을 위하여 이곳에 성당을 짓기 바란다. 인류가 마음을 새로이 하고 회개한다면 머지않아 전쟁은 끝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후 세 아이들과 작별을 하시고 태양이 있는 쪽으로 사라지셨다.
새벽부터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사라지고 태양이 은으로 된 커다란 원반처럼 하늘 가운데에 나타났다. 태양은 불 수레처럼 회전하면서 황색, 홍색, 청색, 자색 등 여러 가지 색의 광선을 발산하였다. 잠시 후 태양은 하늘을 가로질러 갈지자 모양으로 움직이다가 땅 위의 군중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를 본 군중들은 “기적이다! 기적이야!”,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여!”, “묵주기도의 성모님이여, 포르투갈을 구하소서!”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비로 흠뻑 젖었던 옷이 강한 열기를 받은 듯 순식간에 말라 있었고 진흙 바닥도 어느새 말라 있었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 묵주기도의 성모 대성당에 모셔진 성모님 성상(좌)
코바 다 이리아의 현재 모습(파티마 성모 발현 성지로 조성)(우)
- 성모 발현의 시현자인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다(좌로부터)
- 늘 함께하였던 세 아이의 조각상(빌리뉴스로 연결되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음)(좌)
성모님이 발현하기 1년 전 세 아이들에게 성모 발현을 미리 알리고 있는 평화의 천사(우)
- 8월 19일 성모님이 발현한 빌리뉴스에 모셔진 성모상
- 10월 13일 코바 다 이리아에 모인 7만 명의 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