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남양 성모 성지(전담사제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남양성당으로 부임하신 고 박지환 요한 신부(1985.3.29 선종)가 1982년 이곳이 병인 대박해 때 순교한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지임을 확인, 발굴하고 이들을 기리며 출발했다. 수많은 순교자 중에 김 필립보 박 마리아 부부, 정 필립보, 김홍서 토마 순교자가 증언록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후 1989년 이상각 신부가 남양성당으로 부임하였으며, 1991년 10월 7일 순교성지를 성모님께 봉헌해 한국 최초의 성모 성지로 선포되었다. 1995년 2월 이상각 신부는 남양 성모 성지 전담사제로 부임한 이후 나무 심기부터 하셨단다. 아마도 성지를 찾는 사람들이 큰 나무 그늘에서 쉬며 위로받기를 바라셨나 보다. 정말 성지에는 별별 나무들이 다 있다.
로사리오교를 건너 입구에는 소나무 무리가 있고, 문을 들어서면 느티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오른쪽은 ‘성 요셉 경당’이 한창 공사 중이고, 수목 터널 길 끝 왼편에는 남양 성모 성지의 작은 성모자상에 촛불을 봉헌하는 건물이 있다. 저녁 무렵에는 봉헌대가 5단이나 되는 곳에 봉헌된 촛불로 꽉 채워진다.
제대로 성지를 둘러보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성지는 미로(?) 같은 기도길이라 잘 살피며 다녀야 한다. 만남의 장에는 하얀 대리석 예수님상이 두 팔 벌려 맞아 주신다. 그 밑은 못을 만들어 놨는데 마치 벳자타 못 같이 출렁이며 쉼 없이 흘러내린다. 그 못에 병자들이 들어가면 치유될 듯이. 그 앞은 네 분의 성인상이 신자들의 신심을 깊게 하고 있다. 그 밑으로는 야외미사를 드릴 수 있게 조성되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묵주기도 길과 십자가의 길
이제 묵주기도의 길을 걷자. 환희의 신비 길은 넓은 잔디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에는 화강암 묵주 알이 돌 받침대에 얹혀있어 사람들은 묵주 알을 짚으며 기도한다. 환희의 신비 기도가 끝나며 바로 빛의 신비 길이 대성전 옆길로 이어진다.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묵주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도길은 야트막한 동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인자한 성모자상 앞에 도달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 기도길은 온갖 나무들이 열을 지어 서 있다.
대성전 정면에서 왼편으로 가면 십자가의 길이 시작된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한 무리의 신자들이 기도 중이다. 주님의 마음과 하나 되기 위한 그들의 기도를 주님께서 어여삐 여기시길.
십자가의 길이 끝나면서 언덕배기로 자비의 광장과 이어진다. 자비의 광장에는 예수님 자비의 상이 우리를 맞아 준다. 하느님 자비의 마음을 구하는 묵주기도 길은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신 상처, 양손과 양발에 못 박힘, 창에 찔린 가슴을 아파하며 성모송 대신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한다. 이어지는 길은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이다. 자갈로 덮인 길은 성모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걷기를 권한다.
밑으로 내려오면서 과달루페의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무고한 이들이 산 제물이 되지 않기를 원하신 성모님의 뜻을 따라 이곳을 낙태아들을 위로하는 기도 장소로 만들어 부모와 낙태아들과 화해의 장이 되도록 한 것이다.
붉은벽돌로 둥글게 주탑을 세우고 7개의 종이 연결된 성모 대성전
전에 성당으로 사용되었던 경당에는 ‘평화의 모후 왕관의 12개의 별’ 중에 여섯 번째 별인 이곳에서 성모님과 함께 세계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아주 아름다운 성체현시대가 있다. 자비의 성모 이콘 모양으로 남양 성모 성지의 성모님 성광은 7개의 호박 보석으로 만들어진 장미 꽃송이와 크리스털에 새긴 토리노 수의로 되어 있다. 오후 1시에 현시대가 열리며, 매일 3시에 자비의 묵주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성체현시대는 마리우스 드라피코프스키의 작품으로 2017년 6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받았고, 2017년 10월 13일 남양 성모 성지에 안치했다.
이상각 성지 전담사제는 한국에 바실리카가 없기에 성모 대성전이 한국의 바실리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성전 짓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정말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인다. 겉에서는 붉은벽돌로 둥글게 주탑을 세웠고 사이에 7개의 종이 연결되었다. 안에는 아치형의 지붕과 1,500석 규모의 장의자가 갖춰졌으며, 제대와 신자석 모두 조명등은 있지만 자연 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고, 빛은 시시각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십자가의 예수님은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닌 역동적인 예수님을 표현했고, 신자석에서 볼 때 오른편에는 최후의 만찬과 왼편에는 성모님의 수태고지와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을 현대의 복장으로 표현한 그림을 유리로 입혔다. 조각 그림은 앞면과 뒷면까지 그려져 있다. 성전은 마리오 보타의 설계에 따랐고, 제대 작품은 쥴리아노 반지가 제작했단다. 성지를 순례하며 대단한 분들의 대단한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신앙심을 더 키우고 그 기쁨을 누리시길 바란다. 표현력이 부족하여 현대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분의 작품을 설명할 수 없다. “와서 보시오” 할 뿐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남양 성모 성지의 기도길이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 곧 여름이면 대성전 앞의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피워낼 꽃을, 비비추와 옥잠화, 맥문동, 원추리와 참나리가 지천으로 필 것을, 가을에는 구절초와 산국이 가득 피워댈 것을, 단풍으로 온 성지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것을, 골짜기에 가득한 2세 묘목들은 얼마나 자랄까를 상상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성모 대성전 성당 내부
- 병인대박해 순교지(좌) 촛불봉헌실(우)
- 환희의 신비길(좌) 과달루페 성모상(우)
- 경당의 성체현시대(좌)
- 성모 대성전(우)
- 성모 대성전 제대 왼편 그림(좌) 성모 대성전 제대 오른편 그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