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1
엄마와 함께
김태정 베드로 신부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제주 Re. 담당사제

엄마와 함께 시장 가는 것을 좋아했던 한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시장 가면서, 집으로 오면서 엄마랑 재잘거림을 좋아했던 아이. 그런데, 시장 어귀에서부터 풍기는 맛있는 호떡과 꽈배기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골라 골라”, “싸게 줄게, 어서 와” 등등 손님을 끄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위소리에 엿가락을 잘라주는 엿장수까지, 시장은 어린아이의 집중력을 뺏기에 충분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거리다가 신기한 것들에 한 눈이 팔리기도 하고, 멋진 신발을 보면서 그걸 신고 옆집에 사는 친구랑 함께 축구할 생각에 흥분하기도 했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손을 꼬옥 잡고서 찾았던 시장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물건을 사고 양손 가득 시장바구니를 들었던 엄마였기에, 엄마의 꽁무니를 쫓아가야 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과 신기하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기에 엄마를 놓치고 맙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엄마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는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엉엉 울면서 시장을 돌아다닙니다. 엄마도 자신의 아이와 떨어져서 가다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당황합니다. 결국 시장을 봤던 물품을 친한 가게에 맡겨두고 온 시장을 뒤집니다. 어디선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게 자기 아이의 울음소리임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엄마는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가서 우는 아이를 안아줍니다. 
“왜 엄마가 가는 대로 안 쫓아왔던 거야?!”라고 소리높여 말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가 무사한 것에 감사드리며 아이를 꼬옥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
하늘에 계시는 우리 천상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도 세상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가 길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을 때, 주저앉아서 일어서지 못할 때,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어 할 때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꼬옥 안아주시면서 위로해 주십니다. 또한,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의 손을 꼬옥 잡고서 하느님 아버지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만을 지고,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유혹에 시선을 빼앗기고 맙니다. 돈, 권력, 명예, 욕망 등등, 엄마의 등만 바라보고 나가던 아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게 되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엄마의 손을 꼬옥 붙들고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듯이 묵주를 손에 쥐고 살아가시길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는 묵주를 손에 쥐어보십시오. 묵주를 잡는 것은 성모님의 손을 잡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었던 아이가 다시금 엄마의 손을 잡고 안정감을 느끼면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가 잘 자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아이가 더 잘 수 있도록 챙겨줄 것입니다. 삶의 여정 안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는 나 자신이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하는 순간, 어머니가 다시 돌아와서 손을 꼬옥 붙들고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좋으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두 손을 들고 양팔 기도로 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무릎을 꿇고 하는 방법이 나은지 물어보십니다. 하지만, 기도란 서서 할 수도 있고, 앉아서 할 수도 있고, 누워서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또, 어떤 신자분들은 운전하면서도 기도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기도가 잘 될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분의 말씀이 묵주기도를 하면서 운전하다 보니 끼어들기라든지, 불안하게 운전하는 사람이 있어도 욕을 안 하게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기도는 형식과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머니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기도가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손을 잡는다는 마음으로 묵주를 쥐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서 따뜻한 집으로, 하느님의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기도한다면 우리는 모두 성모님의 품에서 안정감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엄마의 손을 꼭 잡듯이 묵주를 손에 쥐고 살아가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