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조금만 더 살펴주소서”
박용식 요한 원주교구 원동성당 천주성총의 모친 Pr.

우리 천주성총의 모친 Pr.은 원주교구 레지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고령팀입니다. 성모성월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은총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염치 불고하고 조금만 더 도움의 은총을 빌고자 합니다.
일찍이 나는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레지오 대열을 이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몸이 쇠약해져 심혈관 시술, 호흡기 내과 치료, 전립선암 치료, 정형외과, 내과, 치료 등 90세의 노구로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실정입니다. 레지오 회합 때도 앉아서 기도할 때가 많으며, 미사 때도 남들은 모두 서 있는데 혼자만 앉아 있으려니 너무 죄송하고 교우들 보기에도 불안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 성당 내에는 14처가 모셔져 있는데 사순시기에는 미사 전에 십자가의 길을 합니다. 십자가의 길이란 예수님의 수난을 되새기며 기도하는 시간인데 이 엄숙한 자리에서도 어쩔 수 없이 앉아서 기도하려니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불편한 심정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레지오 4대 행사 때면 사소한 개인 사정에 얽매이지 말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해달라고 강요하던 내가 이제는 야외 행사에 빠지는 처지가 되었으니 부끄럽고 서글프네요. 작년만 해도 힘들게나마 참석하였는데 올해에는 나의 실정을 잘 알고 있는 박덕구 안셀모 단장님이 나에게 “가기 어려우면 빠지셔도 괜찮습니다”하는 배려의 말씀에 울컥해지는 심정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네. 빼 주세요”하는 말이 억지로 나오더군요. 4간부를 역임하며 앞장서서 이끌던 내가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한심스럽군요. 인제 그만 물러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다가도 지난날 어렵게, 때로는 보람도 느끼며 지나온 시간에 미련이 남아 좀 더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자비로우신 성모님, 저에게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성모님의 밤 행사에도 참석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고, 남은 인생 끝까지 충성스러운 단원이 되도록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세요. 
그리고 후배 단원들이여, 당부하오니 힘 있을 때 최선의 노력을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유구한 역사 3533차 주회를 자랑하는 선구자가 되어봅시다. 비록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여력을 다하여 최선의 노력으로 마무리하렵니다. 그리 쉽지도 않고 또한 어렵지 않은, 꼭 지켜야 할 하느님의 바라심을 실현해 봅시다. 나의 성경 소구 데살로니카 5장 16-18절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무엇이든 망설이지 말고, 하면 된다는 굳은 의지로 노력하여 보람되고 즐거움을 느끼는 자랑스러운 팀이 되어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