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6세 때인 유년 시절 정읍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시골에서 고모를 따라 개신교를 다니면서 하느님에 대해 듣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 인천으로 이사 와서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다가 청년 시절 세 번째로 이사한 곳이 성당 바로 앞이었습니다.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이 미사보를 쓰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고, 가까운 곳으로 교회를 다니고도 싶었습니다. 어느 날 동생 손을 잡고 나도 모르게 무작정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고등학교 동창이 성당을 다니고 있었기에 그를 통해 쉽게 입문하였습니다.
매주 주일 수녀님의 교리를 들으며 교리 중에 청년회에도 가입하여 활동을 시작하였고, 예비자였지만 청년 신자분들이 차별 없이 대해주었으며 주말마다 복지 센터에 가서 어르신들의 말동무도 되어주고, 어린아이들의 식사도 챙겨 먹여 주며, 빨래도 해드리면서 청년들과의 유대 관계도 돈독해졌고, 저의 삶이 풍요로운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개신교에서 개종해 세실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받아
1992년 9월 29일, 화창한 날 20명가량의 예비자와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노란 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설레는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무엇 때문인지 모를 정도로 가슴이 뜨거웠고, 예비신자를 탈피하였다는 마음에 벅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년 레지오에 입단하여 즐거운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외인과 결혼(관면혼배)을 하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7년 동안 냉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고열로 나무처럼 굳어 버렸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 기도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아들을 살려준다면 열심히 성당을 나가겠다고 하느님께 공약도 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모르지만,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랬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저는 고해성사를 보고 성당에 나가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기도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반 모임도 나가고 아이들도 주일학교에 등록시키면서 열심히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자모회 자매님들이 고생하는 걸 보고 함께하기로 하고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8년 동안 봉사하였습니다.
매주 시장을 보고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주는 봉사입니다. 가족 일로 힘든 일이 있을 땐 봉사하러 가서 제일 먼저 성체 앞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더 열심히 봉사하면서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신앙과 봉사가 저를 다시 굳건한 레지오 단원으로 만들어 주셨고, 본당 전례 봉사와 교리교사로도 봉사하게 이끌어 주었으며, 안팎으로 바쁜 일상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습니다.
레지오에 입단하여 순명을 배웠습니다
2004년 제 아들 첫영성체 교리 중 신부님의 권유로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룹 공부를 하면서 레지오 협조단원을 하였는데, 매일 기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동단원을 하기로 마음먹고 성인 쁘레시디움에 입단하기로 했습니다.
2006년 5월 24일 입단을 하고, 그해 9월 13일 선서를 하였습니다. 선서하기도 전에 예비 단원으로서 서기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였기에 곧잘 했는지 3년 만에 쁘레시디움 단장직을 맡게 되었으며, 2011년 꾸리아 서기직에 순명하고, 2016년부터 꼬미씨움 서기직을 맡아 꼬박 6년간 봉사했는데, 6년 연임을 마칠 즈음, 2022년에 레지아 서기직에 순명하였고,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서기 간부직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레지오는 흔들리는 제 신앙의 끈을 놓지 않게 해 주었고, 훈련을 통해 늘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셨으며, 사람 만나는 걸 즐거워하지 않았던 제가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친하게 인사 나눌 수 있도록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삶에 보람이며, 주님이 주신 은총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코로나19로 우리는 예전의 소박한 모습들이 사라지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기도만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여파가 한참 지났음에도 아직 그 향수(?)에 젖어 활동을 등한시하는 레지오 단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레지오에 목적은 끊임없는 기도와 활동입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기도는 물론 활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 가까이 있는 교우들과의 교류부터 시작하여, 쉬고 있는 교우분들을 회두권면하고, 더군다나 레지오를 쉬고 있는 교우들을 찾아내어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과 순종의 정신으로 언제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모님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