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의 탄생 배경과 짧은 개인적 소회
우리가 이 코너에서 요즘 계속 공부하고 있는 문헌(‘사랑의 기쁨’)은 2015년에 열린 제14차 세계주교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이후에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문헌입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주교직의 단체성과 합의성의 정신에 따라, 세상의 도전과 변화에 대해 복음과 신앙의 관점에서 응대하기 위해 설립된 제도로, 대략 3~4년의 주기로 개최됩니다.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수렴된 견해들은 후속 교황 권고의 형태로 선포됩니다.
세상의 모든 회의처럼 세계주교시노드에서도 의견 수렴 과정과 토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과 견해들이 등장하고 때때로 치열한 논쟁도 발생합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개최되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시노달리타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세계주교시노드의 역사 안에서 제14차 시노드가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혼인과 가정의 문제는 많은 어려움과 복잡함을 안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이기에 당연히 주교님들 사이에도 많은 견해 차이가 존재했고 심각한 논쟁이 야기되기도 했습니다. 교황 권고 문헌 ‘사랑의 기쁨’은 치열한 토론과 논쟁 속에서 수렴된 견해들을 담고 있습니다.
결혼, 가정, 자녀 출산과 교육, 성과 사랑 등의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당연히 교회는 오랜 식별과 성찰과 합의의 과정을 통해 복음과 신앙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한편으로 단호하게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천명합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언급할 때마다 뭔가 살짝 어색함을 느낍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가정을 꾸려보지도 않은, 나이 많은 고위 성직자들이 모여서 결혼과 가정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가르침을 결정하는 것이 조금 낯설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토론과 결정이지만 말입니다. 당사자들보다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전체적 조망을 더 잘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오늘의 교회는 혼인과 가정의 현실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배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의 혼인과 가정의 현실에 관한 더 섬세한 식별과 공감의 과정이 요청됩니다. 더 정밀한 노력 이후에 혼인과 가정에 대한 복음과 신앙의 가르침을 제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 기쁨’을 읽다 보면, 가정과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참 아름답고 좋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분명 교회는 깊은 묵상과 성찰을 통해 혼인과 가정에 대해 복음적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 옳은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무엇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지, 그 가르침에 따라 살 수 있도록 사람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득하고 인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과 제안이 부족해 보입니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아름다운 가르침과 오늘의 혼인과 가정의 실제 현실을 비교하면 뭔가 씁쓸해집니다.
건강한 혼인 예식을 위해
우리 생에 있어서 기념 예식은 소중합니다. 한 번뿐인 결혼 예식에 대한 당사자들의 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을 보면, 결혼 예식을 준비하는 일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깊게 하고 성숙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하객 초대, 예복과 피로연 준비, 그리고 금전뿐만 아니라 힘과 기쁨을 고갈시키는 다른 많은 소소한 일들의 준비”(‘사랑의 기쁨’, 212항) 때문에 정작 혼인 예식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놓치고 “소비주의와 허례허식의” 예식을 거행하기 쉽습니다. 교회는 “사랑을 우위에 두고 검소하고 소박한 예식을 선택”하기를 권장합니다(212항).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는 혼인 전례 안에서 수행되는, 서약의 말과 행위들이 지니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를 촉구합니다. “합의의 말에 담긴 신학적 영적 비중을 이해”하고 서약이 갖는 의무와 책임을 깊이 인식하면서 예식을 수행하기를 권고합니다(214항). 또한 “혼인 전례 안의 성경 말씀과 그들이 교환하게 될 반지의 의미와 예식의 또 다른 표징들에 대하여 숙고”하기를 요청합니다(216항). 혼인 예식은 혼인 두 당사자가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는 행위이며, 서로에게 충실하고 너그럽게 되도록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행위입니다(216항).
혼인 전례는 혼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계된 다른 많은 가정과 공동체를 위한 예식이기도 합니다. 혼인 전례는 예식에 참여한 비신자들을 향한 복음 선포의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216항). 혼인 전례의 말과 행위들은 성사적 징표가 되고, 혼인 성사의 은총은 혼인 생활 전체를 어떤 의미에서 전례가 되게 하는 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215항).
신혼 생활에 관한 교회의 조언
교회는 사랑과 혼인의 관계를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사랑은 단순한 육체적 끌림이나 모호한 애정이 아니고, “서로 자유롭게 선택하여 사랑하는 이들만이 혼인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217항). 젊은이들이 “혼인을 완성품으로 여기지” 말고 “하느님 은총의 도움으로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미래를 향한” 것으로 이해하기를 교회는 요청합니다(218항). 혼인은 “하나의 목표를 향한 여정”입니다(218항). 신혼 초기의 사랑이 혼인 생활의 긴 여정에서 누룩과 같은 힘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회는 조언합니다(219항).
혼인의 여정은 다양한 단계를 거칩니다. “부부는 감각적인 매력을 특징으로 하는 첫인상에서 시작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삶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여기에서 시작하여 서로에게 속한다는 기쁨을 맛보고 삶 전체를 공동의 과제로 이해하게 되며 자신의 욕구에 앞서서 상대방의 행복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되고 혼인이 사회에 선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220항).
긴 혼인의 여정을 잘 걸어가기 위해서는 가정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잘 인식해야 하며, 혼인 여정의 새로운 단계마다 서로 마주 앉아 합의한 것을 다시 절충하는 훈련도 해야 합니다(220항). 즉 “사랑이 성숙해질수록 ‘절충’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220항). 또한 “혼인 생활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220항). “부부는 변화하고 성장하며 각자의 장점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220항).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각각 더 나은 남자와 더 나은 여자가 되도록 서로를 도와주는 일일 것입니다. 성숙하게 해 준다는 것은 서로가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은 장인(匠人)의 공들임이 필요한 일입니다”(221항).
모든 사랑은, 특히 부부의 사랑은 책임과 배려와 인내와 존중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