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하느님이 사랑하는 자녀들이므로 복역 후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20년 넘게 교도소를 찾아가 교정 사목 대리자 역할을 해 온 신이순 요셉(84) 형제의 말이다. 그는 “교황님께서도 매해 수용자들과 드리는 성탄 미사를 통해 ‘우리는 다 똑같이 죄인이다. 수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죄를 지은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순간적으로 잘못된 것이지 본성이 나쁜 게 아니니 사랑의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대전교구 교정 사목(전담사제 나기웅 엘리야) 봉사자 월례미사가 있는 4월 마지막 주 수요일 신 요셉 형제를 만났다.
1980년 5월 세례를 받은 뒤 유천동성당에서 4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0년 정의의 거울 Pr.에 입단해 서기, 단장, 파티마의 성모 Cu. 단장, 부단장을 역임하고 구역분과장과 선교분과장 등으로 주어진 소명을 마다하지 않은 일꾼이다. 예비자 방문 교리 봉사뿐만 아니라 빈첸시오의 집, 성모의 집 급식 봉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실천해 왔다.
교도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신 요셉 형제가 퇴직 후 오래전부터 교정 사목 봉사를 해 온 아내 김지원 젬마(79) 자매와 함께 몇 차례 미사 참례를 하던 중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이 블란디나 수녀님의 권유로 시작됐다. 대전 교도소 수용자들의 레지오 마리애 평화의 모후 Pr.의 지도 권유를 받아 2003년 3월부터 트리뷴으로 20년 이상 그들을 돌보고 있다. 대전교구에서는 유일한 트리뷴이다.
영적 지도자가 쁘레시디움 회합에 참석할 수 없을 때 다른 사제나 수도자 또는 자격을 갖춘 레지오 단원을 지명해 그 임무를 대신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자격이 주어진 단원을 트리뷴(Tribune)이라 부른다.
매주 수요일 레지오 회합을 위해 버스를 2번 갈아타면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늦거나 빠지는 날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
20년 넘게 트리뷴으로 수용자 레지오 단원 돌봐
평화의 모후 Pr. 단원 대부분은 장기수이다. 중죄를 범하고 들어온 형제들이라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수녀님처럼 관심과 애정을 갖다 보니 이젠 가족 같은 애틋함까지 느껴진다. 신자로서 죄를 짓고 수용된 사람도 있고, 수용자가 되고 예비자 교리 후 세례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연스레 신 요셉 트리뷴의 대자가 된다. 교리는 신부님과 수녀님이 담당하고, 신 요셉 트리뷴은 레지오 회합 순서와 묵주기도 방법 등을 알려 주고 회합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수용자들이 단장, 부단장, 서기를 맡고 있고 회계는 없다. 의연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회계의 역할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대리자로서 봉사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레지오 활동을 했던 수용자들이 출소했다가 재범으로 다시 들어왔을 때라고 한다. 마음은 아리지만 성모님께 맡겨드리는 기도 안에서 격려와 위로로 다시 힘을 실어 주고 자신의 마음도 추스른다고 잠잠이 말한다.
보람 있는 일은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서 순화되고 새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이다. 출소 후 보속 하는 마음으로 한센 마을 소록도에 가서 봉사하던 사람은 직접 찾아와서 감사 인사를 할 만큼 교화되어 신부님 추천으로 꽃동네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출소 후 밑바닥부터 새 생활을 하며 살겠다는 각오로 쓰레기, 폐지를 줍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고물상 사장이 되어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 스테파노는 모범수가 되어 홍성 교도소로 이송됐는데,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평화의 모후 Pr. 단장을 맡았었다. 반듯한 글씨로 신·구약 성경 필사를 세 번이나 해 교정 사목부에 보관하고 있다.
교정 사목은 본당 사목을 그대로 교도소 안에 옮겨 놓은 것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본당 사목과 다른 점은 전례 중심이 아닌 면담 사목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을 통해 그들의 말을 들어 줌으로써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는 봉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20년 이상 봉사하고 있는 신 요셉 트리뷴과 같은 봉사자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담을 통해 수용자들의 말 들어주고 아픈 상처 보듬어
나기웅 엘리야 신부는 “늘 한결같이 묵묵하게 아버지 역할을 잘하고 계신다”라며 신 요셉 트리뷴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신 요셉 형제는 바통을 이을 트리뷴을 보내주시길 기도한다고 한다. 몸이 허락하는 대로 하다 보면 성모님이 “요셉아 수고했다” 하시며 후임자를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그는 또 유천동성당 소년 쁘레시디움 상아탑 Pr.에 아들 신동균 세례자 요한과 손녀 신효주 소화 데레사, 신진주 율리아나 단원이 있다고 귀띔한다. 든든한 아들과 “잘한다 잘한다” 칭찬으로 자라는 손녀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신 요셉 할아버지의 자랑이다.
돌담 마을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등대가 되어 신앙의 아버지로서 든든한 마음을 내어 주고 있는 신 요셉 트리뷴의 미소가 봄 햇살처럼 따사롭다. 우리 신자들은 담장 안에서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복음을 전하는 교정 사목부 사제, 수도자, 봉사자들을 기억하고 끊이지 않는 기도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설명(위로부터)>
- 신이순 요셉 트리뷴
- 대전 교도소 평화의 모후 Pr. 주회합
- 강 필립보 수녀, 신이순 요셉, 나기웅 엘리야 신부
- 교정 사목 봉사로 축복장을 받는 신 요셉(2020.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