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자리_대전교구 용화동성당 정순영 데레사
한 코 한 코 사랑 뜨는 선교의 여왕
김명이 아녜스 대전 Re.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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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용화동성당(주임신부 김한승 라파엘) 사랑하올 어머니 Cu. 단장이며, 선교의 모후 Pr. 회계인 정순영 데레사 자매님을 만났다. 집 안으로 들어서니 십자고상과 성모상이 한눈에 들어오고 축복장 세 개가 그간의 여정을 짐작게 해 준다. 형형색색 뜨개실이 가지런히 정리된 진열장이 손뜨개 작품과 어우러져 남다르게 느껴진다.

손뜨개가 전문가 수준이시네요
재봉, 자수를 좋아해 잠깐 손뜨개 방 운영하기도 했어요. 9남매 중 셋째 며느리로 95세 중증 치매인 시어머님을 모시면서 하나둘 손뜨개를 뜨며 어머님 곁을 지켰어요. 2022년 11월에 선종하신 어머니(신 말가리따)께서 저희 집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해요.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남편과 함께 부축해 미사 영성체를 하도록 도와드렸습니다. 1년간 연미사를 봉헌했는데 요즘도 남편과 기도하며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합니다.

선교를 많이 하신다는데
제가 좋아하는 하느님을 알리다 보니 입교를 여럿 시키게 됐어요. 매주 한 번 문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새 신자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고, 대화를 통해 소통하며 맞춤형 관리를 하고 있어요. 오랜 냉담 교우는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되면 신부님 면담과 고해소까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안내해요. 미사 전례 유인물을 챙겨주고 구역 안내, 단체 소개로 이어지지요. 쉬는 교우를 돌보면서 냉담 이유는 묻지 않아요. 모두 다 사연이 있으므로 그분이 얘기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거죠. 차차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공감하며 연령과 환경에 맞게 이‧미용, 장보기를 도우며 겸손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다문화 가정도 돌보고 계시죠
아빠(베드로)가 한국인이고 엄마(안나)가 외국인인 가정의 남매에게 남다른 정이 가요. 시몬(9세)이 곧 첫영성체 교리를 앞두고 있어 미리 주일학교 교사와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여동생 스텔라에게 손뜨개 원피스와 모자를 떠서 선물하기도 하고 관심과 사랑을 주다 보니 아빠 베드로가 제 협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0240418114956_839988304.jpg레지오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1986년 용화동성당이 분리되면서 제대 봉사를 하던 중 미사 후 여기저기서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에 입단했어요. 교본을 두 번 완독하고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의 말씀이 너무 좋아 시작한 레지오를 38년 동안 무결석, 100% 출석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장례까지도 회합일을 피해 갔으니 성모님이 베풀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감사하지요. 특히 한 해에 두 팀 창단과 해체 위기의 남성 Pr.에 가서 단장을 하며 1년 후 분단해서 나오기까지 기억이 생생합니다. 부르심도 성령이시고 18팀 분단을 한 것도 성령이시며 300여 명 입단하게 하심도 성령이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협조단원이 많은데
개인 협조단원만 40여 명 돼요. 먼저 전입자에게 입단을 권유해 시간 내기 어렵다고 하신 분들에게 협조단원 요청을 드려요. 자주 문자를 드려 근황을 살피고 뗏세라, 직접 뜬 묵주 주머니, 수세미는 기본이고 가끔 작은 선물도 챙겨 부담 없이 방문합니다. 인원이 많아 매주 6명씩 돌아가며 돌보고, 부활이나 특별한 날에는 모두 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해요. 상대에 맞춰 전화나 문자를 하고 지나다 방문하기도 해요. 
 
나에게 성모님이란
내 인생을 살게 해 주신 참 어머님이시며 매 순간 나를 내려놓고 다시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분이에요. 같은 여자이기에 먼저 어머니께 의탁하면 레지오 활동을 통해서 주님께 나아가게 하십니다. 덕분에 매주 활동 안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회개하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매일 미사참례를 하면서 성모님과 함께 기쁘고 행복한 구원의 길로 가고 있어요.

남편 바오로는 든든한 지원군20240418115019_644106676.jpg
선교의 모후 Pr. 단원으로 함께 활동하는 남편(오창세 바오로)은 전입자 방문이나 어르신들을 모셔올 때 차량 봉사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저와 함께 위령회, 레지오 활동을 하며 울뜨레아도 함께 들어가고요. 수녀가 되고 싶었으나 무남독녀로 집에서 반대했어요. 그게 마음에 남아 결혼하고서도 한동안 울며 지냈어요. 지금은 선종하신 신부님과 면담 성사를 통해 수도자의 길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가정 공동체 다섯 식구를 섬기는 것도 하느님의 일이라는 말씀에 새 힘을 얻어 지금까지 왔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대전교구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이 내놓으신 시노드 슬로건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서로에게 봉사하십시오.”(베드로1서) 말씀을 늘 기억하며 공동체 안에서 주어지는 교육, 피정, 미사 강론 등 복음 말씀에 따라 충실히 살고 싶습니다. 겸손과 온유로 성모님 닮은 주님의 여종으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