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마리애 창조주의 모후 Pr.에 예비 단원으로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비 입단자 3명을 포함해 단원 수가 15명이 되면서 분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창조주의 모후 Pr.에서 예비 단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은 단원들이 본당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것과 코로나로 주춤했던 레지오 마리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단장님이 조심스럽게 꺼낸 분단 이야기는 나에게는 처음 겪는 새롭고 놀라운 일이었다. ‘분단을 할 수 있는 쁘레시디움이라니!’
청년 시절 레지오 활동을 생각하면 분단할 정도로 단원 수가 확보되고, 그 회합이 지속되기가 쉬운 것은 아닌데, 코로나를 거치면서도 이렇게 유지해 온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장님은 레지오 확장과 쁘레시디움 분단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함께 기도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면서 분단을 준비하자고 하셨다. 모든 단원은 단장님의 뜻에 따라 분단을 의식하지 않고 모든 일이 성모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기를 청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활동을 이어 나갔다. 분단은 조용히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나 역시 예비 단원 시기를 보내고 행동단원으로 선서하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주회합을 하던 어느 날, 단장님이 분단과 관련하여 결정된 사항을 전달하셨다.
“쁘레시디움 분단 시기가 결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쁘레시디움은 5월부터 ‘기쁨의 어머니’ Pr.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동안 ‘창조주의 모후’ Pr.에서 함께 했던 단원들과 헤어지게 되어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저희 쁘레시디움에서 오래전 ‘천주의 모후’ Pr.을 분단시킨 후 또다시 두 번째 ‘기쁨의 어머니’ Pr.을 분단시킬 수 있어서 기쁘고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기존 단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저녁에 회합했던 ‘창조주의 모후’ Pr.과 달리 신설되는 ‘기쁨의 어머니’ Pr.은 회합 시간이 오전으로 결정되어 단원들이 쁘레시디움을 선택하기가 수월했다. 막상 분단 시기까지 확정되니, 이미 예상하던 분단이었는데도 헤어짐에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회합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쁘레시디움 분단에 관한 교본 내용을 다시 살펴보았다.
‘쁘레시디움 분단을 준비하는 과정과 신설 쁘레시디움 운영 문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양쪽 쁘레시디움 간부들이 노력을 많이 했구나.’ 쁘레시디움의 분단은 하나가 나뉘어 반쪽의 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닮았으나 또 다른 새로운 하나의 완전체를 만들어 둘이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창조주의 모후’ 이신 어머니께서 새로운 쁘레시디움의 탄생을 기다리셨고 우리는 “예”라고 응답하며 순명했다.
레지오에서는 성모님을 나타내는 많은 호칭들이 쁘레시디움의 이름이 되고, 주회합 때마다 이 아름다운 이름들이 불린다. 우리 본당에 새로운 쁘레시디움이 늘어날수록 어머니의 빛나는 이름들이 레지오와 주회합 안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나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좀 전의 서운한 마음보다 기쁜 마음이 더 커졌다.
언젠가 우리 본당 레지오가 성모님의 모든 이름을 갖게 되어 쁘레시디움 주회합마다 불리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치에스 행사 때, 성모님의 모든 이름이 하나도 빠짐없이 도열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일 것 같네.’
5월이 오면, 하나의 빛나는 이름은 두 개의 빛나는 이름이 되어 주회합마다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이번 분단 경험은 그동안 레지오 활동 단원을 모집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던 내게 그 너머를 바라보고 그 이상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앞으로 우리 창조주의 모후 Pr.이 뿌리 깊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 많은 쁘레시디움을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단원이 되자.’
‘창조주의 모후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기쁨의 어머니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