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원절약 10년
최정숙 루치아 대전교구 유천동성당 애덕의 모후 Pr.

‘성모님의 군단’ 2월호에 조경자 마리가르멜 수녀님이 쓰신 ‘생명의 나누는 물을 나누는 법’을 읽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저의 변변치 않은 사례를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 레지오 모임에서 아모스 수녀님으로부터 자원절약에 대한 말씀을 듣고 크게 마음에 와닿아 물 아껴 쓰기 운동을 시작해 오늘까지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선진국이 화장실 물을 상수도가 아닌, 버리는 물을 정화해서 쓰는 중수도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나도 작은 것부터 실천해 물을 아끼자’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설거지를 하거나 채소를 씻을 때 물을 받아 모아두었다가 소변을 보았을 때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목욕탕에 3개, 다용도실에 2개의 대야를 놓았습니다. 처음엔 남편이 반대했습니다. “번거롭기만 하지 그렇게 해서 얼마나 절약이 된다고 그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실천해 보니 수도 요금이 2000원가량 덜 나왔습니다. 그 후 나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인 잠비아에 매달 5000원씩 보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이 작은 돈이 많이 모여지면 보탬이 될 거라고 믿었죠. 1만 원이 있어야 그곳 아이들이 한 달간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저는 금액을 2배 늘려 10여 년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유가 없어 많은 액수를 보내지 못하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밖에도 유니세프와 성지기금으로 여러 군데 조금씩 후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대야, 저 대야에 물을 받을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훈훈할 수 없습니다. 
처음엔 목욕탕 여기저기 널려있는 물 대야를 본 자식들이 “엄마가 이런다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힐난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남편과 자식들도 저를 잘 따르고 제 뜻을 이해합니다. 다만 “이제 엄마 아빠도 나이가 많은데 물 들고 다니다 다치면 어쩔 거냐?”라고 걱정합니다. 저는 조심하고 “오히려 팔다리 운동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강변합니다. 
이젠 누가 흉보고 반대한다 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내 작은 정성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다만 물을 나를 때 조심스럽긴 합니다. 아이들 말대로 자칫 다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 저만의 자원절약 방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소변볼 때 화장지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화장지를 만들려면 열대우림의 많은 나무를 잘라 펄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정 대부분은 변기에 비대를 설치하여 물기만 닦으면 되므로 저는 화장지를 쓰지 않고 제 전용타월(아기 헝겊 기저귀)을 씁니다. 그것이 여성들에게는 휴지를 쓰는 것보다 더 위생적이고 화장지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편과 둘이 사는 저희 집은 24롤 화장지를 일 년 내내 써도 남을 정도입니다. 
조경자 수녀님이 “수도 요금이 줄었다고 기뻐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목마른 이들과 물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고, 지구를 살리는 데 함께했다는 데에 기뻐하라”라는 마지막 말씀을 읽고 감동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레지오 단원들이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선교와 기도도 중요하지만 이 작은 한 가지를 실천하는 것도 ‘성모님의 군단’으로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국의 모든 단원 여러분,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지구를 살리는 데 온 힘을 모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