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회사 구글 사내에는 ‘마이크로 키친(micro kitchen)’이라는 게 있다. 업무 중 출출할 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직원들은 이곳을 이용하면서 서로 다른 부서 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 이는 직원들의 복지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중요한 회사이니만큼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에게는 가족이나 친구, 동창들처럼 자주 만나는 친밀한 사람들이 있고, 친구의 친구라던가 어쩌다 한 번 만나 얼굴만 아는 정도의 사람들도 있다. 전자를 ‘강한 연결’, 후자를 ‘약한 연결’이라고 할 때, 만약 내가 직장을 구해야 하는 처지라면 어떤 사람들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가? 대부분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강한 연결의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약한 연결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 실증 연구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 사회학 교수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가 1973년 보스턴 근교 뉴턴 출신인 수백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연구 결과이다. 그는 조사대상자들에게 구직 과정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56%는 개인적 연고를 통해, 18.8%는 광고와 스카우트 같은 공식적인 수단을 통해, 20% 정도는 시험 등으로 직장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가장 비율이 높았던 개인적 연고를 통한 취업 사례들에서 강한 연결들이 정보를 준 것은 17%에 불과하고, 나머지 39% 정도는 약한 연결에게서 정보를 얻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승진이나 더 높은 임금을 받고자 할 때는 어떠하였을까? 놀랍게도 이 경우 또한 약한 연결이 주는 정보가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약한 연결은 의외로 그 힘이 크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를 그라노베터 교수는 ‘약한 연결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약한 연결’은 의외로 그 힘이 크다
사실 그 당시는 요즘같이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취업 정보의 대부분이 사람을 통해 전달되었을 것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취업에 도움이 된 사람들 대부분이 그냥 아는 사이 정도의 약한 연결이라는 것이다. 결국 강한 연결이 주는 사회적·정서적 지지나 정보의 신뢰성 문제 혹은 즉각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한 연결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정보와 그로 인한 기회가 생각보다 많고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대체로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의 특성에서 온다고 본다. 즉 강한 연결은 서로 생활환경이 비슷하여 개인적인 관심사나 성격, 생각 등이 비슷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평소에 자주 소통하기에 새로운 정보보다는 중복되는 정보가 많으니 정보의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약한 연결은 나와 다른 환경에서 오는 새로운 시각과 정보로 영감을 주기도 하고, 문제에 대한 참신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또한 연결이 또 다른 연결을 낳기에 비록 약하긴 하나 연결만 되어 있다면 그것이 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다음 관계로 폭넓은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서로 다른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이 경계를 넘어 결합되어 창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그라노베터 교수는 주장했다.
60대 K자매는 타향에서 20여 년 동안 단원 생활하다 귀향한 지 5년이 되었다. 어느 날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대녀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다고 한다. 대녀는 본당에서 ‘대부모 찾아보기’ 행사의 일환으로 대모를 찾아왔고, 서로 지난 생활을 나누다 그녀는 대녀에게 협조단원을 권했다. 마침 기도의 필요성을 느낀 대녀는 흔쾌히 수락하였다. 여기에 힌트를 얻은 그녀는 전에 살던 본당 자매들에게 오랜만에 연락하여 생각지도 않은 활동 결과를 얻었다.
그녀는 말한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이 처음에는 좀 주저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녀의 연락을 받고 반가웠던 제 마음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지요. 그들 중에는 신앙생활을 잘하는 자매도 있었지만 단원을 그만둔 자매, 심지어 쉬고 있는 자매도 있었습니다. 거의 활동 대상자들이더라고요. 이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여러 가지 활동하여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현재 제가 관리하는 협조단원이 10명이라는 것은 좋은 예인 듯합니다.”
활동 대상자들에게 부드럽고 소박한 태도를 보여야
약한 연결의 힘이 알려지면서 이 힘을 이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이 회자되고 있다. SNS를 적극 활용하라, 혼자 밥 먹지 마라,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등이 실제 여러 성공 사례들과 함께 제시되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목적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인맥 관리’의 일환이다. 그만큼 약한 연결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우리들 또한 이 힘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도직 활동은 교회의 풍부한 보화를 모든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목표’(교본 374쪽)로 하기에 강하든 약하든 나와 연결된 사람들은 모두 활동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그런 관계인 약한 연결에서 어떤 활동 결과가 나올지 의문스럽기도 할 것이다. 교본에 ‘효과적인 선교 방법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친밀하게 접촉하는 것’(472쪽)이며, 이 개인적인 접촉은 사랑과 이해심을 바탕으로 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활동 대상자와는 강한 연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막달레나 소피 바라 성녀는 어려움에 처한 어떤 한 영혼을 돌보기 위해 그 영혼을 수없이 만났을 뿐만 아니라 200여 통이나 되는 많은 편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고 하니(교본 284쪽 참고) 대부분의 활동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실 때, 모든 사람을 변화시켜 놓으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단지 접촉하기를 요구하셨다’(교본 464~465쪽) 그리고 ‘모든 신심 단체가 지녀야 하는 기본 법칙은 영속성을 지니고 –중략- 가급적 많은 영혼들을 접촉하는 것이다’(교본 274쪽)라는 것을 생각하면 약한 연결의 가치는 그리 작지 않다. 강한 연결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레지오의 활동 중에는 대인 접촉이 많은데, 이 대인 접촉의 효과를 높이고 발전시키려면, 단원들이 활동 대상자들에게 부드럽고 소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교본 50쪽)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우리는 ‘항상 복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교본 303쪽)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원들이 지니고 있는 지식은 그들이 펴는 개인 접촉 활동이라는 수많은 통로를 통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반드시 퍼져 나가게 마련이다.’(교본 5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