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복음화하는 일은 교회의 핵심 사명의 하나입니다. 교회의 복음화 사명은 가정의 복음화, 본당의 복음화, 교회의 복음화, 세상의 복음화 모두를 포함합니다. 가정의 복음화는 모든 복음화의 토대이며 시작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가정에서 신앙을 가장 먼저 배웁니다.
복음화란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기쁨”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죄와 슬픔, 내적 공허와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는 일입니다(‘복음의 기쁨’, 1항). 가정 복음화란 가정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기쁨을 체험하고 가정 안에서 신앙과 삶의 충만함을 살아내는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의 가정이 ‘복음의 기쁨’을 살아내고 있는지에 관한 깊은 성찰이 요청됩니다.
가정 사목의 주체
혼인성사의 두 주체가 신랑 신부인 것처럼 가정 사목의 으뜸 주체는 가정 그 자체입니다. 가정 구성원들이 가정 사목의 주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가정 사목의 능동적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가정 구성원들이 “가정 안에서 복음화와 교리 교육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200항).
교회와 직무 사목자들은 가정 사목의 협력자이며 동행자입니다. “교회는 겸손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정에 다가가고자 하며 가정이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을 발견하도록 모든 가정과 동행하고 합니다.”(‘사랑의 기쁨’, 200항) 사목자들의 역할 역시 혼인한 부부들에게 “강하고 견고하며 오래 견디고, 그들이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랑을 용감하게 실천하라고 격려”(200항)하는 일입니다.
가정 사목의 핵심 주체는 가정 구성원들입니다. 그들은 가정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수행하는, 넓은 의미의 가정 사목자입니다. 가족 공동체가 미사에 함께 참여하고, 가정 안에서 공동의 기도를 드리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가정 안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신앙의 대화를 나누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 보편적으로 참여하는 일입니다. 가족 구성원들 서로를 돌보며 서로서로 배려하는 삶을 살고, 이웃을 향한 애덕을 실천하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가정 사목의 방향
가정에 관한 복음 선포는 “단순히 이론적이고 사람들의 실제 문제와 무관한 선포에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201항) 가정에 관한 교리적 규범과 엄격한 윤리적 규칙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원칙적이고 엄격한 규범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실에서 가정 사목은 겉도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때때로 “가정에 대해 설교하는 교회가 반대받는 표적”(200항)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가정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규범과 가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 사목의 전반적 방향은 복음적 가치를 깊이 체험할 수 있고 세상의 숱한 유혹 속에서도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정 사목은 가정에 대한 복음이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 곧 인간 존엄에 대한 응답이며, 상호성과 친교와 출산을 통한 온전한 성취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하여야 합니다.”(201항)
가정 사목을 위해 교회는 단순히 가정 자체만의 상황과 문제들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가정은 세상의 영향권 속에 있습니다. 교회는 가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상황과 조건들의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시장 논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등으로 진정한 가정생활을 방해하고 차별과 빈곤과 소외와 폭력을 낳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들을 숨김없이 고발하는 복음화의 필요성도 강조”(201항)되어야 합니다.
가정 사목을 위한 본당과 사목자
“본당은 가정 사목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본당은 여러 가정들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가정이며 소공동체들과 교회 운동과 협회들이 조화를 이루며 기여를 하는 곳입니다.”(202항) 오늘날 교회의 사목은 본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당 사목은 가정 사목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본당 사목자와 본당 사목 봉사자들의 적절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흔히 성품 직무자들은 오늘날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혼인한 사제가 있는 동방 교회의 오랜 전통의 경험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202항)
본당 사목자들이 가정 사목의 협력자와 동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양성 과정 안에서 다양한 교육이 요청됩니다. “신학생들은 약혼과 혼인에 관하여 단순히 교리와 관련된 교육만이 아니라 더욱 폭넓은 학제 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203항) 신학생의 양성 과정에서 심리적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하고, 가정의 구체적 현실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가정의 유대를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신학교의 교육 과정과 사제 생활에 가정이 함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203항)
“사제 양성에서 평신도와 가정, 특히 여성의 존재는 교회 안에서 다양하고 상호 보완적인 여러 소명들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 줍니다.”(203항) 이처럼 당연하고 중요한 원칙이 교회 안에서 그저 선언으로 그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우리는 가끔 목격합니다. 오늘날 특히 한국 교회의 사목자들은 평신도에 관한 자신들의 입장과 태도가 실제로 신자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 가정의 복잡한 현실과 문제들에 대해 본당 사목자로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섬세하고 정확한 이해가 부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적 가정 사목을 위하여
가정 사목의 핵심 주체는 가정 구성원들입니다. 당연히 가정의 현실과 문제들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평신도들의 교육과 “가정 사목을 위한 평신도 지도자 양성”(204항)이 필요합니다. 가정의 현실과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가정의 현실적 상황과 구체적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사목 계획의 실천에 도움이 됩니다.”(204항)
가정 사목의 협조자로서 성직자의 역할은 “영성 지도의 근본적 가치, 교회와 고해성사의 소중한 영적 부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는 것입니다.”(204항) 본당 사목자는 가정 사목의 주체들을 격려하고 그들과의 동행을 통해 자신의 사목적 사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