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코로나 팬데믹이 신앙생활에 미친 영향
박문수 프란치스코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초빙연구원

3년 반 동안 우리를 괴롭혀 온 코로나 팬데믹이 2023년 8월 31일로 사실상 종식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선교와 사목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레지오 활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지요. 이때 받은 영향을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그럼 우리가 받은 영향은 무엇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

의미 위기  
종교는 사람이 살면서 하게 되는 근본적인 질문 즉, ‘왜 사는가, 왜 죽는가, 죽음 후에도 삶은 계속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주는 체계입니다. 신자들은 이 답을 정답이라 믿고 종교가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 살게 되지요. 우리도 이처럼 단순하고 우직한 믿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교회가 이끄는 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이런 소박한 믿음에 금이 가게 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가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째, 미사 중지입니다. 교황청이 미사 중지를 선언하자 한국교회도 이에 따라 성당을 폐쇄하고 미사를 중지하였습니다. 그러자 “박해시대에도, 전쟁 때도 미사를 멈추지 않았는데 이런 전염병 때문에 미사를 멈출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물론 교회가 미사를 중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중세 때도 그랬었으니까요. 그러나 한국 교회는 처음 경험한 일이라 충격이 컸습니다. 이로 인해 “주일미사 참례 의무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그럼 신앙에서 절대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전염병 앞에서 교회가 아무런 치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신자들이 생각하는 점입니다. 물론 교회는 방역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감염을 각오하며 환자들을 돕는 일에 모범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신자들은 교회가 치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실망했습니다. 종교처럼 우리에게 삶의 목적, 방향, 그리고 이 목표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가르침을 ‘의미 체계’라 부릅니다. 대체로 이 의미 체계는 수천 년 역사를 가지고 있어 안정적입니다. 그런데 팬데믹 같은 위기를 맞으면 이러한 체계도 흔들립니다. 우리 교회도 이런 의미 위기 앞에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술 적응의 세대 차이  
미사가 중지되고 교회 공간 폐쇄로 모든 활동이 멈추자 발 빠른 신자들은 디지털 소통 수단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줌(ZOOM)’ 같이 온라인으로 얼굴을 마주 보며 회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낯선 레지오 단원은 카톡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얼굴을 보며 하는 회합 방식인 줌과 비교할 때 카톡은 효과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카톡도 레지오 단원 대부분은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소통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데서 세대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아쉬운 대로 이러한 디지털 소통 수단을 활용한 단체는 모임을 계속할 수 있었고, 그만큼 팬데믹이 종료되었을 때 회복도 빨랐습니다. 그러나 단원 연령이 높은 레지오는 이런 기술을 수용하는데 더뎠고 그 결과 활동과 단원 숫자도 줄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2’를 보면 팬데믹을 거치며 레지오 단원 숫자가 2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성당에서 드리던 미사 대신 방송 미사나 유튜브 중계 미사를 드리게 된 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전에도 부득이 미사를 드릴 수 없을 때 대송(代誦)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며 이 대송이 일반화되었고, 이를 자의적으로 남용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공동체 의식 약화       
‘한국천주교회 코로나19 팬데믹 사목 백서’ 작성을 위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23년 1월에 실시한 신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앙생활 여러 분야 가운데 신자들이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은 영역은 ‘친교와 공동체’(26.7%), ‘봉사’(21.9%), ‘자선과 나눔’(16.3%), ‘성경 공부’(13.8%), ‘미사’(12.8%), ‘기도’(7.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영역이 사람을 만나서 하는 활동이었는데 팬데믹 이전에는 신자들 간에 접촉이 잦고, 만남의 깊이도 있었던 영역이 특히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는 감염을 우려해 대인 접촉을 피하고 디지털 소통기술을 통해 간접 소통하던 방식이 이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와 친교)’가 평소 신앙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신자들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교회 안팎에서 널리 확인되는데 앞으로도 크게 약화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커진 공공성 요구와 낮은 참여 욕구  
신자들은 팬데믹을 거치며 팬데믹 같은 위기의 시기에 교회가 사회에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역할을 사회에서는 ‘공공성(公共性)’ 실천이라 부릅니다. 다행히 신자들은 교회가 앞으로 사목에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이런 방향을 택하고 이리로 움직여 갈 때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적었습니다. 모순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교회가 알게 모르게 받은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향은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현상을 두고 ‘이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니다. 이전부터 일어나던 변화가 코로나를 계기로 더 빨라진 것일 뿐이다.’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후자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현상이 팬데믹 이전부터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일례로, 새 신자와 미사 참석자 숫자는 최근 15년 동안 계속 줄어 왔습니다. 다른 신앙생활 지표에서도 이런 감소 경향이 뚜렷하였습니다. 그러다 팬데믹을 맞았습니다. 팬데믹이 종식된 지금 팬데믹 시기에 일어난 변화를 살펴보니 이 감소 추세가 더 빨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현상이 확인되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입니다. 레지오 단원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흐름이 불가피하고 우리 능력을 벗어나는 점이 있다 해도 이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뭐라도 해야지요. 그래서 다음 두 차례는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