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얼떨결에 견진성사도 받았습니다.
신자들이 한 명 두 명 저에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오고, 레지오 단원으로 들어오기를 권하였습니다. 대모님에게 물어보니 레지오를 하라고 합니다. 매주 미사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은데 주중에 하루는 레지오 하러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레지오에 빠지지 않고 올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 생겼습니다. 직장생활의 바쁨 또한 핑계가 되었습니다. 기도도 잘할 줄 모르는데 레지오를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누군가가 레지오 단원을 권면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결국 ‘구세주의 어머니’ 단원으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단원들이 친절하고 편안하게 받아줘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묵주기도와 까떼나를 올리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상 중에서도 중얼중얼 묵주기도를 올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설픈 성모님의 군인이지만 새로 입문하는 신자들도 함께 레지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종미 안젤라 자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주는 안젤라 자매님과 같은 소공동체가 되어서 인사를 나누었던 것입니다. 마음으로 레지오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어려워서 어영부영 시간이 흘렀는데 마침 성당에서 성지순례를 가는 날, 같이 앉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챙겨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내내 이런저런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 있던 단장님과 부단장님께서 저에게 ‘이종미 안젤라 자매님’이 ‘구세주의 어머니’ 레지오 입단을 확정지을 수 있도록 하라고 눈짓 지령(?)을 내렸습니다. 그전에도 레지오에 대해서 말을 꺼낸 적이 있었으나 안젤라 자매님은 좀 더 시간을 갖자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날은 단장님과 부단장님도 곁에서 레지오 활동에 대해 은근히 말을 도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처음 레지오 활동을 시작할 때 망설이고 고민하며 결정이 어려웠던 일을 그대로 전하였습니다. 좋은 건 결정이 빠를수록 좋다고, 하루하루 늦추기보다는 함께해서 좋은 시간을 만들자고 청하였습니다. 단장님과 단원들도 정말 좋다며 한껏 자랑하였습니다.
안젤라 자매님은 지금은 성모님의 군단으로 은총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레지오는 선택이 아니라 신자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레지오를 하면 내 시간을 엄청나게 뺏길 것 같은 고민은 기우였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신자라면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레지오 단원이 되어야 한다는 신부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