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주교가 삼대째 이어지는 작은 공소가 있는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종교가 문화로 자리잡힌 집안 분위기란 아침, 저녁기도는 기본이고 잦은 연도, 수많은 공소 행사가 일상의 중심이었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할머니, 엄마의 기도 소리는 아침 알람이었고 학교 성적보다 기도문을 잘 외우면 칭찬을 해줬던 아빠, 서로 세례명을 불러주었던 마을 사람들, 한 달에 한 번 신부님이 공소에 오시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기도하는 게 성당엘 꼭 가야 하는 게 귀찮아 예쁜 맘으로 다니질 못했습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제 신앙의 성장은 느렸지만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되어 결혼할 즈음엔 배우자를 천주교로 입교시키게 되었고 아이를 낳고 보니 유아세례와 첫영성체를 시키게 되었고 저도, 제 배우자도 어느 순간 레지오 단원이 되어있었습니다.
입단을 앞두고 순간의 고민은 있었지만 성장해 뒤돌아보니 부모님 기도의 힘으로 제가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레지오 입단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입단해서 윤이 나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부모와 부모님의 신앙의 힘이 제 신앙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꾸준히 레지오 활동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부모님이 걸었던 신앙의 길을 걷고, 부모님이 제게 그랬듯 저도 아이들에게 똑같이 선교하고 있는 제모습을 보며 어느 날 아빠에게 전화해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아빠, 저희에게 천주교 신앙을 물려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부모님께 신앙의 씨앗을 받았듯 신앙의 뿌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져 삶의 중심으로 믿음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 소리를 점점 높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