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와 마음읽기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마인드버그)
신경숙 데레사 독서치료전문가

아버지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수술실에서 의사가 소년을 보더니 말한다. “난 수술할 수 없습니다. 이 소년은 내 아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이야기에 잠시라도 고개를 갸웃했다면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유는 이 상황은 ‘의사는 남자’라는 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아들의 어머니로 여성이었다. 사실 답을 듣고 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고개가 끄덕여지나 순간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것은 우리 안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마인드버그(mindbug)’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컴퓨터 버그(computer bugs)’가 컴퓨터 시스템에 작용하여 잘못된 결과를 산출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도 작용하는 사고의 오류를 말한다. 즉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오작동, 실수, 착각, 결함 등을 뜻한다. ‘마인드버그’(추수밭 2014년 출판)에서는 이를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내 안의 숨겨진 편향들’이라는 부제를 사용하여 마인드버그가 주는 영향과 함께 그 뜻을 간결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은 워싱턴대 심리학 교수인 앤서니 G. 그린월드와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마자린 R. 바나지의 ‘Blindspot(맹점)’을 번역한 것으로, 우리 안에 숨겨진 편향들을 알아낼 수 있는 검사인 IAT(Implicit Association Test, 내재적 연관 검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검사는 사진이나 단어를 분류하는 속도를 통해 편견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성 역할이나 인종, 국가나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마인드버그를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이 검사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지만 자기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성소수자 권익보호 활동가인 한 여성이 이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동성애자=좋음’보다 ‘동성애자=나쁨’ 연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이성적(理性的)으로는 동성애에 대해 호의적이나 무의식은 동성애를 나쁘게 여기고 있는 자기 모습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숨은 편향을 조장하는 마인드버그는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원래 5,000원짜리 물건보다는 10,000원에서 5,000원으로 값을 내린 물건이 더 싸게 느껴지는 것이나, 성범죄자 소문이 도는 이웃집 남자가 성범죄자가 아닌 것이 밝혀지고 난 후에도 왠지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것 등이다. 

마인드버그로 공정한 판단 방해받으면 나도 모르게 차별해
문제는 마인드버그로 공정한 판단을 방해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차별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되면 결국 사회의 특정한 집단들, 여성이나 흑인, 특정 지역 출신자들 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 오인 사격의 피해자는 백인보다 흑인의 숫자가 월등히 많고, 의사들은 백인 환자보다 흑인 환자에게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책의 저자들은 마인드버그를 확실하게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다만 고정관념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자주 연상하면 잠시라도 억제가 가능하며, 가장 확실한 것은 지침을 만들어 따르면 아예 마인드버그가 개입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B자매는 소년 레지오 단장을 오래 한 베테랑 단원이다. 그녀는 남달리 교본 공부를 강조하며 그대로 행하기를 주장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다문화 가정의 단원 A군이 한국말도 어눌하고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A군의 생활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조그만 선행에도 크게 칭찬하는 등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단원이 비싼 게임기를 성당에서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겼고, 다른 아이들이 A군을 의심했다고 한다. 이에 단장 또한 형편이 어려운 A군으로 생각되어 물건을 돌려주기를 회유했는데 물건은 잃어버렸다는 아이 집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A군은 성당 나오기를 싫어하다가 급기야 대학생이 되면서는 신천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그때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에 대한 저의 배려는 필요한 것이었지만, 저의 편견으로 A군을 믿지 못한 제 잘못이 컸습니다. 잘해주다가 한 번 잘못 판단한 것이 그 아이에겐 오히려 더 큰 아픔이 되었던 듯해요. 얼마나 미안하고 후회가 되던지요. 사실 그때 섣부른 추측이 아니라 증거를 찾아보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았는데…. 이 사건 이후로 저는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원칙대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차별은 단원으로서 사랑의 정신이 빠져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
레지오 대열에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인종, 국적 또는 피부색 등의 차별 대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교본 494쪽 참고)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레지오에서는 여러 가지 장치를 제시한다. 먼저 쁘레시디움 설립에 있어 지역의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집단에 한정된 단원들만으로 구성되는 것을 반대한다. 그리고 ‘이웃 안에서 우리 주님을 뵙고 합당한 봉사를 드려야 한다’(교본 444쪽)라며 활동 대상자들도 차별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나아가 단원들 사이에도 차별하지 않도록 강조하는데,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는 단원으로서의 으뜸가는 자격 요건인 사랑의 정신이 빠져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교본 495쪽 참고) 
단원이 입단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교본에 ‘입단 신청을 받은 해당 쁘레시디움의 단장은 그 신청자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아야 하며, 가입 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입단을 보류할 수 있다.’(교본 127쪽)라고 되어 있는데 이때 숨은 편향이 작용하여 차별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단원 자격은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며, 단원으로서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려는 의욕이 있는 사람, 나아가 행동단원으로서 모든 의무를 완수하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교본 127쪽 참고)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입단하여 레지오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그 정신을 약화시킬 것이 걱정되는가? 그렇다면 교본에 나와 있는 다음 두 가지 지침을 기억하고 그대로 행할 것이다. ‘수련 기간과 선서는 레지오에 들어오는 관문이다’(교본 129쪽) 그리고 ‘단원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그 사람과 함께 활동해 보는 것’이다.(교본 273쪽)

‘우리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고 아낌없이 사랑해야 한다.’(교본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