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확대 가정의 삶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 안동교구

가족 관계의 확대
현대 가족의 형태는 대부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입니다. 대가족은 이제 거의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족 공동체의 구성과 범위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가정과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발생하는, 조부모, 삼촌, 고모, 이모, 사촌이라는 다양한 관계들이 소멸하고 있고 또 그 관계의 밀도가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뿌리 깊은 개인주의와 소집단 이기주의 영향 탓일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다양하고 확대된 관계를 귀찮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타자는 경쟁의 대상일 뿐이며 때때로 위협적 존재로 여겨집니다. “오늘날의 개인주의는 사람들이 작은 둥지 안에 머무르며 다른 이들을 귀찮은 위험으로 여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립은 더 이상 평화나 행복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여 그들의 삶을 더 편협하게 만듭니다.”(‘사랑의 기쁨’, 187항)
가족 관계의 확대와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확장된 관계들을 형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 관계의 확장은 가족이 이기적 소규모의 집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들로 확대된 친밀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입니다. 가족 공동체의 확장과 확대는 교회와 세상 공동체의 확장과 확대에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가정 안에서 공동체 확장의 경험을 가질 때 교회와 세상 안에서 고립과 분열이 아닌 연대와 친밀함의 공동체 형성이 더욱 가능해질 것입니다.

세대 간의 연대
가족 안에는 다양한 세대들이 존재합니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갑니다. 가족 안에서 세대 간의 연대와 우애는 중요합니다.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세대 간의 유대를 의미합니다. 사실, “고귀한 세대 간 유대는 미래의 보증이며 참된 인간 역사의 보증입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녀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명예롭지 않은 사회입니다.”(189항) 모든 인간은 부모가 되어도 “내면에는 자녀의 정체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188항) 자신의 생명은 하느님과 부모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자녀가 된다는 것은 생명을 준 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본질적으로 지닌다는 의미입니다.
혼인은 부모를 떠나 다른 사람과 결합하는 일입니다. 물론 혼인 관계와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우열과 우선적 선택의 관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혼인 관계는 필연적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의 재정립을 요청합니다. “혼인은 남편과 아내에게 자녀 되기의 새로운 방식을 찾는 도전이 됩니다.”(190항) 혼인한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어려워지거나 왜곡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와 반대로 때때로 부모와 자식의 건강하지 못한 애착 관계가 혼인 관계를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일부 혼인에서 자신의 배우자에게는 많은 것을 감추고, 대신에 그것을 자기 부모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결과로 자신의 배우자의 감정과 의견보다 자기 부모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190항) 혼인 관계와 부모와 자식 관계를 조화롭게 하는 일은 모든 가정의 핵심 과제입니다. 가족 안에서 세대 간의 연대와 유대가 중요한 문제라는 뜻입니다.

노인 문제
고령화 사회입니다. 늙어가는 부모를 봉양하고 부모를 간병하는 일은 사회적 문제가 되어있습니다. 오늘날 노인 문제는 가정과 공동체에 주어진 중요한 도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받고자 합니다. 노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인 역시 가정과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행할 수 있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과 세상 안에서 노인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노인들은 세대의 연속성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고, 신앙과 사회적 가치관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192항). 노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노인들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회는 “뿌리가 뽑힌 사회”입니다(193항). 노인의 지혜를 존중하는 사회는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입니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취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미래를 건설할 수 있게 됩니다. 기억이 없다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193항)
“노인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살아 있는 일원이라고 느끼게 하려면 감사와 존중과 환대의 집단의식을 일깨워야 합니다.”(191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연대를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저는 젊은이와 노인이 새롭게 서로를 끌어안는 넘치는 기쁨으로 ‘버리는’ 문화에 맞서 도전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191항)

“형제자매 되기”
가정은 형제적 유대와 연대를 배우는 공동체 학교입니다. 가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훈련과 배움을 얻지 못하면, 세상에서도 고립과 외로움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바로 가정이 세상에 형제애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처음으로 형제애를 체험하며, 형제애는 가정의 사랑과 교육으로 커지며, 그 형제애의 품격이 사회 전체에 대한 약속처럼 빛을 발합니다.”(194항)
물론 오늘날 한 자녀만 있는 가정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자녀들끼리 서로를 형제자매로 대하는 방법을 배우기가 점점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혈연적 직계 가족을 넘어서는, 확대되고 확장된 가족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훈련을 가정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친척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는 가정들”, “사회적 책임과 신앙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가정 공동체들”(196항)과의 연대를 통해 ‘형제자매 되기’를 배우고 교육할 수 있습니다. 확대된 가정과 다른 가정들과 연대 안에서 “사회성을 키우는 참된 교육이”(195항) 이루어지게 해야 합니다.

넓은 마음과 세심한 배려
확대되고 확장된 가정 공동체란 배우자의 부모와 친지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친밀한 이웃 가정들과 사회적 연대를 나누는 가정들을 포함하는 공동체입니다. 확대된 가정 공동체는 “미혼모, 부모가 없는 아이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많은 애정과 친밀함이 필요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독에 맞서 싸우는 젊은이들, 미혼자들, 헤어졌거나 사별하여 홀로된 이들, 자녀들이 돌보지 않는 노약자들”(197항)까지도 넓은 마음으로 감싸 안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 공동체의 확장과 확대를 통해 세상을 더욱 공동체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자를 “경쟁자나 위협적 존재나 또는 불청객으로 여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랑의 세심한 배려”(198항)가 필요합니다. 확대된 가정의 모든 관계 안에는 상대방의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비판을 절제하는, 섬세한 배려가 절실히 요청됩니다(198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