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하늘땅물벗’의 생태 사도직
최선호 이보 가톨릭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 회장

“제가 속한 구파발성당은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가 있고, 엘이디(LED) 전등 교체, 쿨 루프 시공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녹색 성당입니다. 이런 저희 본당에도 ‘하늘땅물벗’이라는 생태 사도직 단체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파발 거점이었던 구파발, 이곳에서 저희가 생태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했던 사례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성당 걸어가는 날 : 주일학교 환경 교리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성당 걸어가는 날’입니다. 이날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개개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함께 성당까지 걸어오는 시간을 보냅니다. △장화 신은 플로깅 : 지구의 날에는 본당 교우들과 함께 성당 인근 실개천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동시에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순시기 탄소 발자국 줄이기 어린이 실천방안 10 : 사순시기에는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어린이들과 탄소 발자국 줄이는 노력을 함께했습니다. △알쏭달쏭한 분리 배출 특강 : 일상적으로 궁금했던 알쏭달쏭한 분리수거 방식을 ‘하늘땅물벗’ 회원님이 교우들에게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서울주보 2023. 9. 10.)
“불휘벗은 생태 사도로서 생각을 같이하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원 6명이 영적 지도신부님과 함께 활동하는 하늘땅물벗 모임입니다. 2022년에는 조합원을 위한 ‘에너지 포럼’을 실시하고, 지구 대표 성당에서 조합원을 위한 월례 미사 후에 생태적 사도 활동을 통해 ‘찬미받으소서’ 회칙에 따른 생활 속 실천 사례발표 및 나눔, 호야 화분 만들기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2023년에는 도심을 벗어나 대전교구 성지에서 월례 미사를 봉헌하여, 조합원들이 순교 정신의 영성을 본받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서울주보 2023. 11. 12.)
“송파동성당의 하늘땅물벗, ‘송파벗’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으로 생태 영성을 배우고 생태 회복을 위한 실천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창조 시기(9월 1일~10월 4일)에는 창조 시기 달력을 만들어 배포하였고, 매일 ‘찬미받으소서’ 각항 내용과 그날의 실천 사항을 카톡으로 구역장님과 반장님을 통해 전체 신자분들과 나누며 창조 시기를 뜻깊게 보냈습니다. ‘송파벗’ 회원 중에는 ‘우리농’ 활동가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농 농산물은 건강에 좋은 유기농 농산물이자 ‘푸드 마일리지’가 적은 로컬 푸드이기에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식단에서 육류 비중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에 ‘식품의 탄소발자국’에 대해서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수질 정화에 탁월한 이엠(EM) 농축 발효액을 만들어 무인 판매대를 통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매번 세 번째 수요일 오전 10시, 송파동성당에서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가 거행됩니다.”(서울주보 2023. 12. 24.)
이상은 서울주보에 소개된 하늘땅물벗 회원들의 활동입니다.

가정과 본당 공동체의 일상 활동 안에서 생태 사도직 수행
하늘땅물벗은 생태 사도직에 뜻을 같이하는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기도하고 활동하는 자생적인 조직으로서, 본당과 학교나 직장 등 각종 단체에 소속된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됩니다. 회원들은 창조 질서 보전 활동에 대한 체험과 정보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사목자와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생태 사도직을 수행합니다. 앞서 본 사례들에서 보듯이 하늘땅물벗 회원들은 우선 가정과 본당 공동체의 일상적인 활동 안에서 생태 사도직을 수행합니다. 
하늘땅물벗 회원의 생태 사도직은 무엇보다 가치관과 생활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소수의 과도한 소비 행태는 최소한을 소비하며 사는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소비주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의 미래를 위협합니다. 하늘땅물벗 회원은 먼저 자신의 과도한 소비나 불필요한 낭비와 같은 개인적 습성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늘땅물벗 회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 땅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기쁘게 순교의 길을 선택했던 신앙의 선조들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녹색 순교에 기꺼이 동참하는 일입니다.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은 개인적으로 실천하기 쉬운 생활 주변의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본당 공동체, 지역 사회와 같은 공동체적 차원으로 넓혀나갑니다.
하늘땅물벗의 영성은 물질적으로는 검소하지만 영성적으로는 기쁨과 평화가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단순한 생활 속에서 즐길 줄 아는 삶입니다. 이러한 삶은 산업문명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스스로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 질서의 올바른 회복을 위한 노력은 녹색 순교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생태 보호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명
2020년에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이 특별 사목 교서에서 주교단은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에 동참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하셨습니다.
가정 공동체와 관련해서는, “생태적 삶의 궁극적인 출발점은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의 변화는 사회와 세상 변화의 시작이자 원동력입니다. 또한, 하느님 창조의 일꾼으로서 피조물의 평화를 위하여 가정에서부터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면서 생태적 기도, 쓰레기, 에너지, 식생활 습관을 실천 사항으로 예시하였습니다.
본당 공동체에 관하여는,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바로 본당 공동체입니다.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 모두는 소속 단체와 위원회를 통해 유기적인 만남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비전을 찾고 행동해 나가야 합니다.”라면서 사목협의회, 본당 봉사자, 전례분과, 청소년분과, 청․장년회 및 노인분과, 여성분과, 생태환경분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실천 사항으로 예시하였습니다.
사회 공동체와 관련해서는, “교회가 현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은 무엇보다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창조 질서의 올바른 회복을 위해서도 신자들은 생태 사도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라면서 직업에 따른 다양한 역할(정치인, 공무원, 과학자, 교육자, 노동자, 기업인, 농업인, 어업인, 자영업)과 이웃 종교나 타 교파와의 협력, 시민 단체와의 연대를 실천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에서 제시한 실천 지침은 하늘땅물벗 회원들의 생태 사도직 활동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하늘땅물벗의 사명은 신앙생활 안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생태 보호의 책임(창세 2,15 참조)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늘땅물벗 회원의 활동은 기도 활동과 생태 사도직 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도 활동은 회원들이 매일 바쳐야 하는 ‘찬미받으소서 기도’, 창조 질서 보전을 지향으로 한 미사와 묵주기도, 화살기도, 생태 피정, 생태 기도회 참석 등을 말합니다. 생태 사도직 활동은 ‘길잡이’에서 제시한 직접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에코 포럼, 생태 세미나 등 생태 교육과 생태 캠페인 등 각종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활동이 포함됩니다. 하늘땅물벗 회원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기쁘고 풍성하게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