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었네
신앙의 등불이 되어 준
레지오 마리애
강민재 아론 수원 천지의 모후 Re. 부서기

20240318140137_644145433.jpg신앙의 시작
나는 30년 동안 문화재 보존 활동을 하면서 많은 유물을 만났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1998년 어느 날, 천주교 소속 수도회에서 의뢰한 순교자 세 분의 유골을 마주한 것이다. 유골 앞에는 ‘성녀 이영희 막달레나, 성녀 이정희 발바라, 성녀 허계임 막달레나’라고 적혀 있었다. 주로 금속으로 만든 고고 유물을 보존하던 나는 유골을 처음 접해본 것이다. 인골 보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며 3개월에 걸쳐 정성껏 보존처리 하였고, 그 과정에서 천주교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신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보존처리가 끝난 유골을 반납하고 나서 곧바로 천주교에 대해 잊어버리고 결혼과 함께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은 수녀가 되신 처제가 “형부는 축구 좋아하시니 우리 성당 축구 선교단에 들어가서 운동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다. 그 당시 처제는 성당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었고, 저희 부부에게 천주교에 대해 가끔 얘기하곤 했다. 처음에는 세례를 받지 않고 그냥 축구가 좋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운동을 하였다. 운동을 하면서 여러 단원들로부터 입교 권면을 받았지만 나중에 하겠다고 미루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교구장배 축구대회에 참석하려면 세례를 받아야 했고, 1년에 두 번 판공성사를 봐야 했다. 
나는 대회에 나가고 싶은 욕심에 2005년 세례를 받게 되었다. 예비자 교리를 통해 천주교 신앙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성지순례를 통해 선조들이 어떻게 신앙을 지켜왔는지 알게 되었다. 많은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천주교 신앙을 내가 이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느님께서 1998년 우연히 마주했던 순교자의 유골을 통해 저에게 신앙의 길을 알려주신 것 같다.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단원이 되다
세례를 받고 주일미사만 참례하며 축구만 하던 나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축구단의 형제로부터 레지오 입단 권유를 받게 되었다. 레지오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는 매주 저녁에 회합을 하고, 봉사도 해야 한다는 말에 쉴 수 있는 시간을 뺏기는 것이 싫어 거부하였다. 하지만 반복적인 권유로 회합에 참관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레지오 단원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마리애’에서 간부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기도와 활동 등 여러 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레지오에서 실시하는 교육과 봉사활동 그리고 신앙 선배인 동료 단원들의 진심 어린 도움으로 신앙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던 2009년 9월 영덕성당에서 흥덕성당으로 분가를 하게 되었고, 처제 수녀님의 권유로 전례단에 가입하여 해설과 독서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부부 독서를 할 때가 기억이 난다.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라 미사 시작 전부터 손이 차가워지고 떨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며 용기를 주었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독서대에 올라 독서를 하는데 다리가 떨려 어떻게 읽고 내려왔는지도 몰랐다. 미사 후 신부님께서 독서를 하며 떨고 있는 저를 위해 기도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이후 제대에 올라 독서하는 것이 두려워 해설만 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평신도 주일에 사목위원으로 신부님을 대신하여 제대에 올라 강론 글을 읽는데 신기하게도 별로 떨리지 않았다.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니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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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기도로 키운 레지오 정신
2009년 9월 흥덕성당으로 분가해서 지금까지 사목위원으로, 전례 단원으로, 레지오 단원으로 많은 시간을 봉사하며 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모님의 군대인 레지오 단원으로 봉사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2013년 하늘의 문 Pr.에서 분단하여 ‘사도들의 모후 Pr’ 소속이 되었고 단장으로 봉사하게 되었다. 우리 Pr. 단원들은 회합과 서로 기도와 활동을 통해 단원으로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하였고,20240318140137_60035857.jpg 여러 가지 봉사를 통해 희생의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 
성지순례를 통해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고, 화성시 정남에 있는 ‘성녀 루이제의 집’을 월 1회 방문하여 밭일, 청소, 제초작업을 하였다. 원장 수녀님은 사도들의 모후 단원들이 가장 열심히 봉사한다고 늘 격려해 주신다. 땀으로 이루어 낸 수확물을 어르신들이 드신다고 생각하면 레지오 단원으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2018년 꾸리아 서기를 거쳐 단장을 맡게 되었다. 많은 단원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성모님께서 이끌어 주시리라는 것을 믿고 단장직을 수락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항상 힘이 되어 준 간부들과 단원들 덕분에 5년 동안의 단장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꼬미씨움 부단장을 거쳐 지난 6월부터 레지아 부서기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직책에 맡을 때마다 항상 부족하지만 저를 뒤에서 지켜 주시는 성모님께서 맡겨 주시는 임무를 기도와 함께 성실히 수행하고자 순명하였다. 언제나 예수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오늘도 레지오 정신으로 성실히 살아가고자 한다.

<사진설명(위로부터)>
-  2019년 9월 흥덕성당 10주년 기념미사 후 이성효 리노 주교님과 함께(좌) 기본 단계 피정(우)
- 성녀 루이제의 집 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