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느님의 지금
“생명을 살리는 물을
나누는 법”
조경자 마리 가르멜 수녀 노틀담수녀회

이곳 생태영성의 집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대부분이 피정이나 캠프, 교육을 받기 위해 오시는데 입구에서부터 이 장소가 주는 편안함에 마음을 여시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 그 자체가 중요한 프로그램인 샘이다. 그런데 간혹 ‘설마’, 혹은 ‘어떻게 하는지 보자.’라는 눈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수녀들이 노동한다고 하니, ‘설마 고된 노동까지 하겠어?’라는 눈과 ‘가르쳤으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자.’라는 눈이다. 그런데 나는 매번 팔짱을 하고 얼마만큼 진심인지를 저울질하던 참가자들의 눈빛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체험해왔다. 이곳에서의 하루만 지나면 팔짱을 했던 손을 풀어 어느새 두 손을 모으고 뭐라도 함께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20240318141011_1733748747.jpg참가자들 중에 기억나는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녀님, 저는 교사입니다. 그래서 수녀님들이 우리 교사들처럼 가르치기만 하고, 일은 다른 분들이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남들도 다하는 말을 수녀님들까지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수녀님들이 직접 거름을 만지고, 곡괭이와 삽질을 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물을 그릇에 받아서 설거지하고, 요강도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저의 모든 의심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어떻게 수녀님들이 하시는 일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말씀을 하셨던 분은 강의 중에 거의 화가나 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바뀐 모습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영성의 집에서는 설거지할 때, 대야에 물을 받아서 사용한다. 물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장면은 아닐 텐데, 우리의 편리한 삶을 거슬러 불편을 선택하는 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참여자가 어린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이 생태적 설거지를 체험하도록 안내한다. 수돗물 콸콸 틀어가며 생활해온 아이들조차도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물을 아끼는 시각으로 바뀌게 된다. 심지어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제가 설거지할게요.”라며 그릇에 물을 받아서 설거지하여 부모님들까지도 변화되는 후기를 듣게 된다. 

한 번의 변을 치우기 위해 6~18리터의 물이 한 번에 버려져
우리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변기의 물을 내린다. 한 번의 변을 치우기 위해서 6리터에서 18리터의 물이 한 번에 버려지는 것이다. 이 삶의 방식은 너무나 편리하고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내려 버리는 물인데 지구상의 누군가는 그 물을 얻기 위해 수 마일을 걷고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 28항에서 “깨끗한 식수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는 인간의 삶 그리고 육상과 수생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쉽게 흘려버린 물이 누군가에게는 생사가 달린 물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변기의 물을 내릴 때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어떤 분이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수녀님, 바쁜 도시 생활에서 요강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나는 이런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해드린다. “변기 수조에 절수기를 달아보세요. 그러면 물의 40%가 절약됩니다. 그리고 설거지하실 때, 대야를 사용해보세요. 그러면 물의 50%가 절약이 됩니다. 그리고 수도요금이 줄었다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목마른 이들과 물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고, 또 지구를 살리는 데에 함께 했다고 기뻐하세요.” 일상생활 안에서 우리의 올바른 작은 선택들이 지구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가 소중하게 사용하고 아끼는 물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