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림 레오 신부는 제주교구 사제로서, 평소 레지오 단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레지오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소망하는 서귀복자성당 주임신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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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간(2월 4-10일)
40년을 홀로 견딘 배경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홀로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신 한 어머니가 계십니다. 자녀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칠순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어머니와 4남매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자녀가 어머니께 부부가 함께 살아도 4남매를 키우기가 어려운데 어머니는 30대에 혼자되셔서 우리를 키우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견디어내셨는지 물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가 죽음을 예감하고 나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시간 동안 아무런 말 없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는데 그 손의 느낌이 내게는 이후에 너희들을 키우고 홀로 살아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병에 시달렸던 시몬의 장모의 손을 잡아주시며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신 다음 회당 밖으로 나오시어, 제자들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십니다. 그때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셔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가시고 병은 낫습니다. 이러한 소문을 들었는지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던 그들도 고쳐주십니다.
1921년 9월 7일 세계 최초의 레지오 회합에서 결정된 활동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유니온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병원 방문은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는 병원 방문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활동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유니온 병원의 암 병동 방문은 익숙하지 않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레지오 활동은 과감하게 그렇게 역사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쪼록 레지오 단원들은 이 시대 몸과 마음과 영혼이 아픈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가까이 다가가는 분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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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간(2월 11-17일)
다시 기억나는 마리안느, 마가렛 간호사
지난 2005년도 일입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간호사 두 분이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습니다. 편지에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떠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분이 43년간 묵었던 작은 방 앞에는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돼라’라는 글이 우리말로 쓰여 있습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소록도에서 특히 한센병 환자를 돌보았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만져주고, 어느 때는 죽도 쑤고 과자도 구워 환자들이 사는 집을 돌아다녔습니다. 또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해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 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그리고 두 분 가운데 마가렛 간호사는 88세를 일기로 얼마 전 선종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를 치유해 주십니다.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애원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나병 환자는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예수님께서는 그를 돌려보내시며 이르십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병이 치유된 것이 너무나 기뻤는지 예수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립니다.
대한민국의 복음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개인의 성화를 통해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데 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의식하면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헌신하는 단원들이 많아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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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간(2월 18-24일)
교도소 담장
최근 사회에서 존경받다가 퇴직한 어느 고위 공직자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공직자의 삶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실수하거나 잘못 발을 내딛거나 한눈을 팔면 교도소 안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자에게 종종 있는 여러 유혹을 지혜롭게 물리치지 않으면 순식간에 범죄에 연루될 수 있기에 늘 조심하려고 했답니다.
사실 고위 공직자, 부유층, 권력층, 상위층 사람들이 환경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각종 범죄에 연루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2016년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과 히브리대학 연구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행동을 실험한 결과 권력층, 고위층의 경우 특히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패배한 사람에 비해 나중에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십니다. 광야는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며,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땅입니다. 배고픔과 외로움이 있는 장소로, 인간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러한 장소에서 예수님은 유혹을 받으셨고, 유혹을 이겨내십니다.
레지오 교본 제3장 레지오 정신에 기술되어 있듯이 레지오 단원들은 개인의 성화를 위해 성모 마리아의 정신을 따릅니다. 이 정신에는 10가지 덕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리아의 깊은 겸손, 온전한 순명, 천사 같은 온유함, 끊임없는 기도, 갖가지 고행, 티 없는 순결, 영웅적인 인내심, 천상적 지혜, 자기를 희생하는 용맹한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믿음입니다. 이러한 정신이 레지오 단원들 각자에게 내면화되어 있을 때 사탄의 유혹으로부터 자신도 보호하고 레지오 마리애를 더 탄탄하게 하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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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2월 25일-3월 2일)
소명과 사명의 차이
소명은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의 길로 초대하셨고 내가 믿고 응답한 것을 말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은총입니다. 불러주시지 않으면 하느님께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믿음을 선물로 받을 수도 없고, 은총을 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소명을 느끼고 소명에 응답하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명은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구체적인 하느님의 명령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시는지 깨닫고 그것을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사명을 부여받고, 사명이라 깨달은 분들은 하느님 안에서 죽기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지내게 됩니다. 그러한 사람은 하느님이 자신에게 어떠한 일을 하도록 부르셨다는 것을 믿고, 세상에서 그 일을 위해 헌신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소명을 받은 사람은 사명을 느낍니다. 소명에 의해 불림 받은 사람은 반드시 사명자로서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운명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는데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모습이 변하십니다.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납니다. 뿐만 아니라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자 그 모습이 너무나 황홀하고 좋았던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에서 내려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티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 4장 7절을 보면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도 성모님의 소명을 의식하면서 사명감을 갖고 훗날 사도 바오로와 같은 고백을 하면서 천국으로 갈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