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 수도원을 다녀와서
진덕준 F.하비에르 광주대교구 대덕성당 관산공소

하늘이 높고 맑은 어느 날, 본당 식구를 주축으로 두 개의 공소 식구 모두 관광버스 두 대에 몸을 싣고, 조수석에는 예수님께서 탑승하시고, 성지순례 목적지인 마산(진동) 가르멜 수도원을 향하여 출발했다. 너무나도 맑고 좋은 날씨 탓에 형제자매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한다.
도시 본당에서는 1개 꾸리아 식구밖에 안 되는 인원이지만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시골 본당에서의 즐겁고 행복한 신앙생활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본당에는 연세 드신 신자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사일로 바쁘고 분주한 가운데에도 신자분들은 묵주기도도 열심히 바치고, 평일 미사에도 꾸준히 잘 참석하시는 덕분에 나 역시 도시 본당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못했던 평일 미사에 참석할 수 있음이 고맙기만 하고, 주님의 은총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도시에 살면서 바쁜 일상에 쫓겨 뚜벅이 신자로 생활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오롯이 받아 무한한 영광 속에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미사참례나 공소예절에 같이 하지 못하면 걱정되고 궁금해서 서로 안부를 챙겨 주시고, 맛있고 귀한 음식이 있으면 성당으로 가져와 함께 나누곤 한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도시 본당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과 은총의 행복 바이러스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도시 본당이 안 좋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곳에서의 신앙생활이 현재 나의 여건에 맞고 좋아서이고, 주님의 은총을 넘치도록 받아서 그런 듯하다.
수도원에서의 미사 봉헌은 정말 좋았고, 수도원 내 식당에서의 점심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수녀원에 들러서 수녀님들이 기도하시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모두가 행복해하고 바라보는 얼굴에는 만족함이 넘쳐 흐른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풍성함과 가슴 속 깊이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천주교 신자이지만 다시 한번 내가 성당에 나오길 아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체에서 만나는 형제자매님들께서 늘 챙겨 주시고, 관심 가져주심에 다시 한번 더 감사를 드리며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내 그릇보다 항상 넘치는 사랑과 은총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공동체의 형제자매님과 함께 주님께서 주신 우리만의 소풍날을 마음껏 즐긴 하루, 앞으로 훌륭한 레지오 단원이 되고, 행복 가득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성당 식구들이 됩시다.
오늘도 야고보 형제님은 성당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불편한 몸으로 성당에 잘 오고 있는지. 마치 엠마오 가는 길에서 만난 예수님처럼.
관산공소 형제자매님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