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하늘땅물벗’을 아십니까
최선호 이보 가톨릭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 회장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합시다”
2023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서 특별 사목 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위기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신앙생활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숨결과 손길로 창조하신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파괴해 온 것을 회개하며, 아울러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생태계 파괴를 아파하고 동시에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새기는 영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 실천에 적극 참여하여야 합니다.”
대주교님께서는 특별 사목 교서에서 본당에서의 실천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셨는데, 그중 세 번째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본당 안에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생태운동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본당 안에 생태 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을 설립하고, 특히 본당의 청소년 및 청년들이 ‘하늘땅물벗’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하늘땅물벗이 뭐지?”, “우리농 매장 이름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한때 우리농에서 매장 이름으로 ‘하늘땅물벗’을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간혹 이런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늘땅물벗은 2016년 10월 4일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창립된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그리스도교 평신도 생태 사도직 단체입니다. 2017년 2월 1일 서울대교구는 하늘땅물벗을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인준하였고, 2023년 8월 3일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제주교구가 모여 ‘가톨릭 하늘땅물벗 한국협의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왜 본당 안에 ‘하늘땅물벗’ 같은 생태 사도직 단체를 만들어야 하나
대주교님께서 본당 안에 ‘하늘땅물벗’ 같은 생태 사도직 단체를 만들라고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우리 신자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본당 공동체이므로, 신자들이 효과적으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하려면 본당 안에 생태 사도직 단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칙은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창조의 복음과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을 분석한 후 통합생태론의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그러나 회칙의 가르침을 혼자 읽어서 깨우치고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교우들과 함께하는 여정이어야 서로 격려하고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 신자들이 창조 질서 보전 활동을 위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함께 기도하고 배우고 나누고 실천하려면 생태 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본당 안에서 생태운동을 하려면 생태 사도직 단체가 있어야 합니다. 생태 문제의 특성상 생태운동은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각 본당마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정이 있고 주임 신부님 등 본당 지도자들의 관심과 성향도 제각각 이어서 그때그때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입니다. 생태 문제에 관심 있는 주임 신부님이 계실 때 반짝했던 본당의 창조 질서 보전 활동이 교구사제 인사이동 후에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당 안에 하늘땅물벗 단체가 있어서 신자들의 생태 교육과 생태적 회개를 도와주고 함께 사도직 활동을 실천해 나간다면 이러한 변덕스러움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생태운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땅물벗’ 만들어 회칙 ‘찬미받으소서’ 배우고 실천해야
그러면 하늘땅물벗을 어떻게 설립할 수 있을까요?
본당 사목평의회의 생태환경분과 같은 것이 ‘위로부터의’ 조직이라면,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기도하고 활동하는 생태 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은 ‘아래로부터의’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늘땅물벗의 기본 조직은 ‘벗’이라는 단위인데, 레지오 마리애의 ‘쁘레시디움’에 해당합니다. 하늘땅물벗의 ‘벗’은 본당뿐 아니라 학교, 직장 등 각종 단체 안에 설치할 수 있으며 소속된 신자들로 구성합니다. ‘벗’은 소속 회원들의 기도 생활 및 창조 질서 보전 활동의 체험 나눔과 정보 교환의 터전이 됩니다. 벗의 명칭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물이나 문화물 등 상징이 될 만한 피조물의 이름을 붙여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제가 소속된 벗의 이름은 ‘가톨릭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 도곡동성당 양재천벗’입니다. 
하늘땅물벗은 그리스도교 영성의 풍요로운 유산에 충실하도록 벗-지구벗-교구벗의 세 가지 관리 단계로 유연하고도 기능적인 조직을 갖습니다. 모든 ‘벗’은 ‘교구벗’에 가입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본당 안에 여러 개의 벗이 생기고 본당 차원의 현안에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경우 해당 본당 소속 벗들의 연합체로서 ‘본당벗’을 둘 수 있으나 관리 단계는 아닙니다.
하늘땅물벗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바탕을 둔 단체로서 단순히 생태운동만을 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창조 질서 보전 활동은 신심 생활의 일부이며, 모든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는 필수적입니다. 또 하늘땅물벗은 그리스도 교회 안에서 일치합니다. 각 단계의 ‘벗’은 당연직 임원으로 사제나 수도자를 영성 담당자로 임명하고, 벗과 지구벗의 임원은 회원들이 선출하지만 교구벗의 임원은 교구벗의 평신도 회원 중에서 해당 교구가 임명함으로써 신앙 안에서 일치를 지향합니다.
벗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교구벗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해당 본당의 주임 신부님 또는 담당 신부님(단체의 경우)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주임 신부님이나 담당 신부님이 없을 때는 교구벗 담당 사제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각 본당에서 하늘땅물벗을 만들기 원하는 신자들이 모이면 본당의 주임 신부님 등과 상의한 후 교구의 담당 부서나 교구벗에 문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환경사목위원회나 하늘땅물벗 교구벗에 요청하시면 ‘벗 설립 신청서 및 인가서’ 양식을 보내드립니다. 또 상담도 가능하며, 설립 초기에는 필요할 경우 교구벗 임원이나 봉사자가 파견을 나가서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하늘땅물벗이 창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함에 따라 걸음마 단계에 있던 하늘땅물벗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안타까웠습니다. 기후 위기를 실감했던 2023년, 대교구장님의 특별 사목 교서에 따라 본당 안에 생태 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을 만들고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배우고 실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