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구사제, 신학교와 교구청, 본당을 거쳐 다시 부산가톨릭신학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정든 신학교 교정에서 추억을 훑으며 행복해하고 평신도들에게 주님의 학문을 가르치는 기쁨에 젖어 지낸다. 레지오 훈화집 ‘하느님께 바치는 성모님의 꽃다발’ 외 28편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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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1월 1-6일)
애끓는 성모 신심으로 예수님을 세상에 전합시다
성모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아시는지요? 또한 아는 만큼 충분히 성모님을 사랑하며 살아가시는지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은 레지오 단원의 생명수입니다. 성모님을 사랑하고 성모님의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옳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교본은 성모님을 제대로 알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영혼에 슬픈 결과를 가져온다(5장 6항 참조)라는 두려운 경고를 들려줍니다. 과연 교본이 이토록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단원들이 성모님을 알고 예수님을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성모님의 고백을 들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성모 신심과 전혀 상관없이 지내는 단원들이 성모 성심에 상처가 된다는 아픈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미약하고 초라하다면 믿음이 부족한 탓입니다. 우리의 부족한 믿음이 온 세상에서 사랑받으셔야 할 우리 예수님이 사랑을 받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웃이 회개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마침내 교회가 세상에서 존경을 받지 못하게 합니다.
이 모든 현상에 관해서 교본은 “예수님께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성모님을 뒷전에 내버려 두었기 때문”(교본, 5장 6항)이라고 설명합니다.
레지오 단원의 선교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튼튼하고 건강해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레지오 단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성모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애써야 합니다. 책을 읽고 교육을 받으며 성모님을 더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성모님을 향한 사랑으로 레지오 단원들의 어깨는 늘 무거워야 옳습니다.
“이 신심이 영혼들의 구원과 그리스도 왕국 건설을 위한 방편으로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효력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교본, 5장 6항) 라는 교본의 확신이 여러분의 심중에 깊이 새겨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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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1월 7-13일)
기도는 거룩한 하늘나라의 작업
우리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분을 그리워하고 그분 사랑을 목말라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더더욱 우리를 사랑하고 그리워하시며, 진실한 우리의 기도와 우리와의 만남에 목말라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애간장이 녹으십니다.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으신 주님께서 바로 우리, 바로 지금 내 사랑에 갈증을 느끼시는 이유를 아시는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너무나 기뻐하신 나머지 우리의 기도가 참되도록, 당신의 성령께서 함께해 주십니다. 당신의 영을 보내시어 기도하는 우리 마음을 이끌고 도와주십니다. 바로 그 은총에 힘입어 우리는 진심으로 천지의 창조주, 주님께 온전한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참되고 진실한 기도는 그분의 목마름을 해갈해 드리는 놀라운 축복을 선물합니다. 우리가 기도하기에 앞서 주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어떤 것에도 마음이 혼란해지지 않도록, 영혼을 정리 정돈해야 할 분명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기도 후에 얻는 평화를 알고 있습니다. 기도로써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도의 의미를 모르지 않는 레지오 단원들이 기도를 속성으로, 너무 재빠르게 바치는 것을 볼 때, 사제는 가슴이 아픕니다.
“성모님이 단원들과 함께 계시는 것처럼 여기며 기도”(교본, 19장 13항)하는 모습이라기엔 민망하기만 하니까요. 이토록 재빠른 우리의 기도를 따라 하시느라 혹간 성모님의 숨이 가쁘실 것만 같으니, 이 송구함을 어찌할까 싶습니다.
그래서 간곡히 청합니다. 이제, 자신의 전부를 바치는 마음으로, 자신의 온 것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기도를 바쳐주십시오. 부디 레지오의 기도가 참으로 하늘나라의 거룩한 작업으로 승화되도록 애써주십시오. 기도 시간이 성모님과 함께 하느님과 깊은 사랑에 빠지는 축복의 터전이 되도록 영과 혼과 마음을 쏟아 봉헌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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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간(1월 14-20일)
레지오 훈화는 ‘레지오의 정신’이 본질
제 훈화가 딱딱하고 재미없다 하시는 분께, “왜 교본 이야기로 훈화를 하느냐?”라며 의아해하시는 분께, 고백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누군가의 호응이나 반응에 상관치 않고 교본에 뿌리를 두어 교본을 이야기하고, 교본에 따르도록 권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레지오 훈화란 결코 듣기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한마디로 “교본에 대한 해설 형식으로 하여 단원들이 교본 내용을 완전히 익히도록 해야 한다”(교본, 18장 11항)라는 교본의 설명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는 것입니다.
사실 훈화가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로 메워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 훈화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다만 단원들이 “교본에 담겨 있는 모든 뜻과 사상을 완전히 익히”는 수준까지 성숙하도록 돕기 위해서, 훈화는 레지오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모든 제품에 고유설명서가 있듯이, 레지오 교본은 레지오의 목적과 실천사항을 알려주는 설명서입니다.
따라서 저는 꿈꿉니다. 모든 레지오 단원들이 영적 지도자가 들려주는 훈화를 넘어, 영적 지도자의 불참에 상관없이, 교본을 해설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마침내 서로가 훈화의 보화를 발견하여 서로 서로의 신앙을 승격시키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원합니다. “훈화를 철저히 하는 쁘레시디움과 그렇지 않은 쁘레시디움의 차이는 훈련된 군대와 훈련되지 않은 군대의 차이와 꼭 같다”라는 교본의 주장을 흘려듣지 말기 바랍니다. 이제는 잠깐 듣기 좋은 말씀보다 참 지혜를 찾아 소유하는 능동적인 성모님의 용사로 거듭나시길, 기도합니다.
덧붙여, 교본은 하느님의 말씀도 아니고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기에, 시대에 맞도록 변화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단원 개인이 아니라 꼰칠리움을 비롯한 상급 평의회에게 맡겨진 임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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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간(1월 21-27일)
레지오의 규율은 성모님께서 주신 ‘보화’
더러 레지오 가입을 꺼리는 분 중에는 레지오의 규율이 너무 엄격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분이 계십니다. 이런 반응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데요. 경직된 규율의 준수를 강요함으로 레지오를 딱딱한 틀에 가두어 정형화시킨 결과는 아닌지 우려합니다. 규율을 위한 규율은 존재하지 않으며, 결코 존재해서도 안 되니까요.
이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는데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선물인 하느님의 율법을 법과 규범이라는 틀에 가두어 그 뜻을 훼손시키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들은 결코 오늘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롭고 살아계신 하느님을 631개의 조항 안에 묶어버렸습니다. 오직 법과 규범을 통한 삶의 혁신을 꾀했기에 실패했던 것입니다. 이 엄청난 오류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무시하는 것이기에 하느님의 힘을 무력화시켰고, 나아가 무서운 폭력으로 변질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레지오에 규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원들 안에 “성모님의 정신이 스며들게” 하여 “레지오의 조직안에서 영성적으로 성장”(교본, 19장 11항)시키기 위한 것, 단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교본이 지닌 규율의 정신은 ‘보화’입니다. 이 좋고도 귀한 뜻을 훼손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나 레지오 정신의 본뜻에 감동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레지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완전한 정의이며 의로움입니다. 그리고 레지오의 의로움은 성모님을 모시고 하느님을 따르는 데 있습니다. 레지오에 규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단원들이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외형적 규율을 강조하여 성모님의 정신을 그르친다면 성모님께서 선물해 주신 보화를 훼손시키는 일임을 명심해 주십시오. 모쪼록 레지오의 규율은 레지오 단원들을 자유와 성숙으로 이끄는 도우미라는 점을 명심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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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1월 28일 - 2월 3일)
자녀들이 레지오 단원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기도와 활동은 레지오의 양 날개입니다. 양쪽 날개의 균형이 맞아야 멀리 높게 잘 날 수 있듯이 기도와 활동은 레지오 단원의 최대 덕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지오 단원들이 자녀들에게 레지오 가입을 권하고 독려하며 지내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누리는 이 복된 구원과 이웃을 구원하는 강력하고도 벅찬 은혜의 비결을 자녀에게는 숨기듯, 함구하는 그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레지오를 통한 크고 깊은 은혜를 알고 누리는 존재이니 말입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자녀들이 맑고 싱싱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것은 참된 부모님의 역할이니 말입니다.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 자신이 누린 최고의 행복을 선물하려 하고, 또 선물함으로 기뻐합니다.
혹여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자녀들의 자유를 충분히 존중해야 하기에,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는 허술한 변명은 치워주십시오. 자녀는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최우선의 선교 대상입니다. 자녀를 믿음으로 변화시키고 복음을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부모의 으뜸가는 의무입니다. 무엇보다 사랑은 희생과 헌신으로 충족된다는 점을 새겨야 합니다. 사랑의 무모함이야말로 사랑의 위대함이며 힘이라는 진리를 새겨야 합니다. 따라서 사랑은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며, 장애가 없지 않으며,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랑의 에너지는 어떤 장애도 뛰어넘게 하는 강력한 것임을 의심치 마십시오.
제발 귀한 자녀를 선교에서 제외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가정이야말로 영신적인 전략의 거점이라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가정을 정복해야 사회를 정복할 수 있다”(교본, 32장 3항)라는 교본의 가르침을 따라 주십시오. 레지오 단원인 모든 부모님들이 사랑에 성숙하시어, 자녀들에게 참 행복을 전수하는 지혜인이 되어 주시길, 간곡히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