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성모님의 군단’의 힘찬
출발을 축복합니다
옥현진 시몬 대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성모님의 군단’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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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샬롬!
새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성모님의 군단’ 월간지 창간을 축하합니다. 전국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공유하는 이 월간지가 ‘성모님의 군단’으로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지구촌 곳곳에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들리는 여성과 어린이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멈추길 희망하며 단원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청합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지구촌 가족 모두가 평화를 찾기를 염원합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마태 5,38-42)

예수님은 구약의 예전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법론을 제시하십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손해를 보는 방법론이지만, 결국은 예수님의 방법론에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고, 인내와 용서 그리고 양보를 통해 평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내 몫을 끝까지 주장하면서 누구도 양보하지 않으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우리들에게도 있습니다. 물질 중심으로 살다 보면 삶에도 계산이 끼어들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되면 나에게 큰 화가 미치는 것처럼 분한 마음이 우리를 지배하곤 합니다.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온 삶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는 세상은 인간미가 없어진 세상입니다. 그리고 결코 평화롭지 못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대신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합니다.

모두가 상생하는 방법은 오병이어의 기적에서처럼 가진 것을 조건 없이 내어놓은 소년의 순수한 마음같이 나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내 것을 내어놓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지구의 모든 나라가 생산하는 식량은 지구촌 인구가 모두 나눠 먹어도 될 양을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 한쪽에서 굶주리는 것은 나누지 않음에 원인이 있습니다.
언젠가 교회 잡지에서 읽은 기도에 대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강론에서도 한 내용이기에 옮겨 봅니다.

“기도는 비는 것이 아니고 비우는 것이다.
기도는 해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고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기도는 없는 것을 불평하는 것이 아니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다.”

욕심을 비우면 필요한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도 필요 없는 옷과 책을 나누며 가벼워지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주님에게 늘 부탁만 드려왔는데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결심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며 늘 기도하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삶을 희망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30년 만에 만난 어느 교구 신부님을 통해 묵주기도가 당신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었는데 믿어주신 교구장님과 묵주기도를 하며 이겨냈다는 말을 듣고 보호자이신 성모님께 의탁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저와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며 세계 평화와 각자 내면의 평화를 위해 기도드렸으면 합니다. 물론 기도를 드릴 때는 비우고, 하겠다고 결심하고, 감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본연의 정체성 안에서 교회의 성장에 탄탄한 밑거름이 되어 주시기를 바라며, 2024년 ‘성모님의 군단’의 힘찬 출발을 축복합니다.